토끼굴19(더래빗홀19)
THE RABBIT HOLE 19
마당은 지붕 아래로, 책상은 높은 천장 아래로. 안팎을 뒤집은 지하 공유오피스
토끼굴19의 공용 마당. 아연도 각관으로 짠 지붕 틀이 마당을 실내처럼 감싸고, 둘레의 책상들은 천장이 높게 열린 바깥쪽에 놓였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건물 지하층(41평, 약 135㎡)에 만든 공유오피스 '토끼굴(더래빗홀)'의 두 번째 공간이다. 2015년에 문을 연 첫 공간 토끼굴15에서 다섯 해 동안 쌓은 공동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별의별건축사사무소가 새로 설계하고 실측부터 재단 발주, 조립까지 직접 지어 2019년 12월 문을 열었다. 공간 한가운데의 '공용 마당'에는 지붕 틀을 씌워 실내로 만들고, 개인 자리 18석은 그 바깥 천장이 높은 곳에 두어 순환 동선으로 이었다. 높은 천장은 생각을 넓히고 낮은 지붕은 사람을 모으는 뉴로아키텍처의 원리를, 안과 밖을 뒤집는 역설로 풀었다. 두 굴을 합쳐 28마리의 토끼가 함께 지내는 공동체가 되었다.
이름 토끼굴19 (더래빗홀19, The Rabbit Hole 19) — '초식기업가들의 운명공동공간' 더래빗홀의 2호점
위치 서울 관악구 신림동, 건물 지하층
용도 공유오피스 — 개인 자리 18석, 공용 마당, 토끼라운지, 주방, 이동식 수경재배 텃밭
규모 지하 1개 층, 41평(약 135㎡)
설계·시공 별의별건축사사무소 설계, 자력 시공(실측 3회 → 물량 산출 → 재단 도면 발주 → 직접 조립)
주요 재료 라왕 각재 책장 프레임, 아연도 각관 지붕 틀, CRC보드, 목재 상판
개장 2019년 12월
운영 별의별건축사사무소, 연 단위 멤버십
설계의 변
토끼굴은 어때야 하는가
토끼굴15가 문을 연 지 다섯 해. 사람이 늘어 굴 하나로는 모자랐다. 우리는 가까운 동네의 또 다른 지하를 찾아 두 번째 굴을 짓기로 했다. 같은 것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다섯 해 동안 함께 일하고 밥 먹고 다투고 놀며 배운 것을 공간으로 다시 묻는 일이었다. 설계를 시작하며 스케치북 첫 장에 적은 질문도 그것이었다. "토끼굴, 어때야 하는가?"
방에서 나와 마당으로
우리가 얻은 답은 오래된 집에 있었다. 한옥에는 각자의 방이 있고, 방문을 열고 나오면 툇마루와 대청, 마당이 있다. 방에서는 혼자 일하고, 마당에 나와서는 함께 논다. 토끼굴19는 그렇게 짰다. 각자의 자리는 '열린 내 방'이 되고, 공간의 한가운데에는 모두의 '공용 마당'을 두었다.
곱창 뒤집기처럼, 한 번 더 — 지붕 아래 마당, 높은 천장 아래 책상
보통 마당은 바깥이고, 방은 안이다. 토끼굴19에서는 이것을 뒤집었다. 공간 한가운데의 마당에 아연도 각관으로 가볍게 짠 지붕 틀을 얹어, 마당을 실내로 만들었다. 반대로 각자의 책상은 지붕 틀 바깥, 둘레에 두었다. 책상 위로는 아무것도 가리지 않아 천장이 높게 열린다. 방이어야 할 자리가 가장 트인 바깥이 되고, 바깥이어야 할 마당이 가장 아늑한 실내가 된 것이다.
한옥의 안과 밖을 ㅁ자 형태로 뒤집은 것이다. 바깥이 된 방들이 실내가 된 마당을 둘러싸고, 그 사이에는 완충 공간이자 순환 동선인 길이 돈다. 안팎이 뒤집힌 공간은 토끼들에게 비일상의 경험을 주고, 마당을 가로지르며 오랫동안 쌓이는 시선과 인기척은 '따로, 또 같이'를 느끼게 한다.
여기에는 뉴로아키텍처(신경건축학)의 생각을 적용했다. 공간의 높이는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준다. 천장이 높으면 생각이 넓고 자유롭게 펼쳐지고, 천장이 낮고 감싸 주면 사람들은 가까이 모여 앉아 마음을 연다. 그래서 혼자 생각을 펼치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책상은 높은 천장 아래에, 함께 밥 먹고 이야기하는 마당은 낮은 지붕 아래에 두었다. 책상에서는 창의성이 자라고, 마당에서는 오손도손 이야기가 자란다. 토끼굴15에서 창밖의 초록을 지하 한가운데로 끌어들였던 곱창 뒤집기의 역설이, 여기서 한 번 더 일어난다.
지붕 아래 마당에서는 매일 점심 도시락을 나누어 먹고, 바깥세상 이야기를 나누고, 큰 화면 앞에 모여 앉는다. 화단에서는 풀이 자란다. 앉아서 책을 보다가, 누워서 풀을 보다가, 노는 토끼들을 구경하다가, 여차하면 마당을 한 바퀴 산책한다.

마당의 큰 화면과 테이블. 필요하면 테이블을 이어 붙이고 가구를 옮겨 마당을 자유롭게 쓴다

풀이 자라는 마당. 잔디 화분과 화단, 둘레의 테이블
가구를 뿌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테이블
벽을 세워 방을 나누는 대신 가구를 '뿌렸다'. 책상과 책장, 화단과 테이블을 흩어 놓아 그 사이사이가 길이 되고 자리가 되게 했다. 마당의 테이블은 필요할 때마다 이어 붙여 끝없이 길어진다. 우리는 이것을 '무한증식 테이블'이라고 부른다. 이동식 가구와 함께, 마당의 모습은 그날 모인 사람과 하는 일에 따라 바뀐다.

흩어 놓은 책상 섬과 그 사이의 초록. 자리마다 시야가 트여 공간 전체가 보인다

긴 책상 사이로 이어지는 식물 띠. 일하다 고개를 들면 초록이 보인다
돌아, 돌아, 돌아라 — 공평한 순환 동선
토끼굴15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동선이었다. 막다른 길이 없이 한 바퀴 도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두와 마주치고 인사하고 말을 건다. 토끼굴19의 평면은 운동장의 트랙처럼 공간을 크게 한 바퀴 도는 길에서 시작했다. 굴 한 바퀴를 돌면 온 세상 토끼들을 다 만나고 온다.
이 길은 공평하기도 하다. 어느 자리도 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고, 어느 자리도 구석에 갇히지 않는다. 자리는 아늑하게, 시야는 트이게 했다.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들면 사무실 전체가 보이고, 지금 누가 무엇을 하는지 힐끗 알 수 있다. 앉아서 서로를 보고, 빙글빙글 지나다니며 다들 뭐 하는지 보고, 마당으로 휙 들어갔다 저쪽으로 휙 나가는 사이, 나도 모르게 서로에 대한 안심과 관심과 애정의 씨앗이 자란다.

책장 프레임 사이로 이어지는 자리와 통로. 길은 공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마당으로 돌아온다

라왕 각재로 짠 책장 프레임. 칸막이이면서 수납이고, 너머가 비쳐 보이는 벽이다
지하가 숨을 쉬도록
지하는 여전히 지하다. 창이 없고, 공기가 고이기 쉽다. 이번에는 환기를 처음부터 설계했다. 공간의 부피를 계산해 바깥 공기를 들이고 내보내는 송풍기를 두었고, 지하에서 걱정되는 라돈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빛도 계산했다. 책상 위에서 일하기 좋은 밝기를 목표로 조명의 개수와 위치를 정했다. 토끼굴15에서처럼 식물을 키우는 이동식 수경재배 텃밭도 두었다. 이동식 화분에는 남천을 심고, 새로운 자동 급수 화분도 실험했다.

이동식 화단에서 자라는 풀과 새싹

자갈과 디딤판이 놓인 마당의 화단. 위에서 내려온 조명이 식물을 비춘다
토끼라운지
마당이 모두의 거실이라면 토끼라운지는 사랑방이다. 다트를 던지고, 토끼술을 마시고, 손님과 계약서를 쓰고, 지치면 잠도 잔다. 일하는 자리와 조금 떨어진 이곳에서 토끼굴의 저녁이 시작된다.

다트판이 걸린 토끼라운지. 높은 테이블과 의자, 보랏빛 조명 아래 식물 선반
재단 도면으로 짓다
토끼굴19도 우리 손으로 지었다. 세 번에 걸쳐 공간을 실측하고, 3D 모델로 물량을 뽑고, 각재와 각관, 보드를 자를 재단 도면을 그렸다. 도면은 업체에 보내는 것과 우리가 조립할 때 볼 것을 따로 그렸다. 업체에서 잘라 온 부재를 조립 도면대로 짜 맞추어 책상과 서랍, 9.6m에 이르는 책장, 마당의 지붕 틀을 세웠다. 토끼굴15에서 각재 하나로 집을 지었던 방식이 다섯 해 만에 한층 정교해졌다.

흰 벽에 새긴 'THE RABBIT HOLE 19'
여기는 들어오는 굴은 있어도 나가는 굴은 없는 곳이다. 경쟁하느라 쌓아 온 모습은 내려놓고, 가장 나다운 모습을 오래 지켜봐 주는 이웃들과 함께 일하는 곳. 토끼굴19는 그 다섯 해의 삶을 담아 새로 지은 두 번째 굴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토끼굴19(더래빗홀19)는 어떤 곳인가요?
A. 별의별건축사사무소가 운영하는 공유오피스 '토끼굴(더래빗홀)'의 두 번째 공간입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건물 지하층(41평)에 개인 자리 18석과 공용 마당, 토끼라운지, 주방을 두었고, 2019년 12월 문을 열었습니다. 이름의 19는 2019년에 생긴 굴이라는 뜻이고, 같은 방식으로 2015년에 문을 연 첫 공간은 토끼굴15라고 부릅니다.
Q. 토끼굴15와 토끼굴19는 무엇이 다른가요?
A. 토끼굴15는 물이 새는 지하에 지붕 있는 집을 짓고 한가운데 식물 코어를 둔 첫 공간입니다. 토끼굴19는 그곳에서 다섯 해 동안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 설계한 공간으로, 마당에 지붕 틀을 씌워 실내로 만들고 책상은 천장이 높은 바깥쪽에 두었으며, 트랙처럼 한 바퀴 도는 순환 동선으로 모든 자리를 이었습니다. 두 공간 모두 안과 밖을 뒤집는 '곱창 뒤집기' 같은 역설에서 출발했습니다.
Q. '공용 마당'은 무엇인가요?
A. 공간 한가운데에 둔 모두의 거실입니다. 원래 바깥이어야 할 마당에 아연도 각관 지붕 틀을 씌워 아늑한 실내로 만들었습니다. 그 아래 큰 화면과 이어 붙일 수 있는 테이블, 이동식 가구, 화단이 있어 함께 점심을 먹고, 회의를 하고, 쉬고, 행사를 엽니다.
Q. 지하 사무실의 공기와 빛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A. 공간 부피에 맞춰 환기량을 계산하고 송풍기를 두어 바깥 공기를 순환시키고 라돈을 관리합니다. 조명은 책상 위 밝기를 목표로 개수와 위치를 계산했고, 이동식 수경재배 텃밭과 화단으로 실내에 초록을 들였습니다.
Q. 토끼굴19에 뉴로아키텍처를 어떻게 적용했나요?
A. 천장 높이가 생각과 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뉴로아키텍처(신경건축학)의 원리를 적용했습니다. 개인 책상은 천장이 높게 열린 곳에 두어 생각이 넓고 자유롭게 펼쳐지도록 했고, 함께 모이는 마당은 낮은 지붕 틀로 감싸 사람들이 가까이 앉아 오손도손 이야기하도록 했습니다. 별의별건축사사무소가 직접 실측하고 재단 도면을 그려 자력 시공했습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건축사사무소 — 주택·한옥·다가구 신축, 풀빌라 펜션·상업시설 설계, 상업공간 인테리어, 공유주택 기획·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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