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나무 홈퍼니싱 & 버드 키친
BIRDNTREE HOME FURNISHING & BIRD’S KITCHEN REMODELING
고시촌 미니원룸에 불시착한 소세지 우주선
벽을 아치 모양으로 뚫어 하나로 이은 공용공간. 끝이 둥근 4.8m 테이블이 아치 아래를 지나 주방까지 사선으로 놓이고, 테이블 위에 흰 스탠드가 켜져 있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 옛 신림동 고시촌의 미니원룸 건물 '새와나무' 1층을 고친 리모델링·홈퍼니싱 프로젝트다. 주방이 없어 잠만 자던 방을, 잠이 잘 오는 방과 함께 밥을 지어 먹는 집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별의별건축사사무소가 기획과 설계, 가구 제작과 시공, 안내서와 사인까지 맡았다. 방 여섯 개는 잠을 잘 자고 물건이 제자리를 찾는 방으로 다시 짰다. 가구는 모두 합판과 각재로 직접 만들었다. 나머지 방 두 개는 모두의 자리로 내어 주었다. 두 방 사이의 벽을 아치 모양으로 뚫어 공용주방 '버드 키친(BIRD'S KITCHEN)'을 만들고, 그 한가운데에 끝이 둥근 4.8m의 커다란 테이블을 사선으로 '불시착'시켰다. 새처럼 도시를 떠도는 1인 가구를 나무처럼 품어 주는 집, 새와나무(BIRDNTREE)다. 2019년 5월에 완공했다.
위치 서울특별시 관악구 대학동 (옛 신림9동 고시촌)
용도 미니원룸 건물 1층 — 개인실 6실과 공용주방
범위 리모델링·홈퍼니싱: 개인실 6실 가구 제작, 공용주방 '버드 키친', 복도·우편함, 브랜딩·안내서·사인·피난안내도
주요 재료 합판(4.8·11.5·14.5mm)·각재 가구(오일 마감), 전구색 매입등, 공기청정기
기획·설계·제작·시공 별의별건축사사무소 (직영, 철거만 외주)
기간 2019년 2월 기획 → 3월 철거 → 4~5월 가구 제작·시공 → 2019년 5월 23일 완공
설계의 변
잠만 자는 방
서울 관악구 대학동, 옛 신림9동은 사법고시가 성행하던 시절 수많은 고시생이 몰려 '고시촌'이라 불렸다. 2017년 사법고시가 폐지된 뒤 한동안 침체기를 맞았지만, 이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가까운 서울대학교 학생들, 값싼 집을 찾는 사회 초년생들이 이 동네로 들어온다. 지하철역에서 버스로 20분을 더 들어가야 하는 다소 고립된 동네지만, 집세와 물가가 싸다. 젊은 사람들은 대개 일사불란하게 만들어진 작은 원룸에 산다. 화장실과 욕실, 세탁과 주방을 작은 면적에 우겨넣은 방에서 나름의 지혜를 짜내며 사는 모습은, 사람이 살기 위한 최소한이 무엇인지 묻게 한다.
고시원과 원룸 사이 어딘가에 '미니원룸'이 있다. 개인 욕실이 있어 고시원보다는 프라이빗하지만, 원룸과 달리 주방이 없다. 끼니는 밖에서 해결하고 방에서는 공부하고 잠만 자는 수험생의 삶에 맞춰 생겨난 방이다. 짧으면 석 달, 길면 1년을 머물다 떠난다. 새와나무도 그런 미니원룸 건물이었다.
2019년 초, 이 동네에 들어오는 사람이 바뀌고 있었다. 기획서에 우리는 그 흐름을 이렇게 적었다. 고시생에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다시 벌이가 많지 않은 1인 가구 사회 초년생으로. 그들의 어려움도 적었다. 외로움, 혼자 먹는 밥, 6개월에서 1년 단위의 짧은 계약. 그해 우리나라 가구 열 곳 가운데 세 곳이 1인 가구였고, 관악구는 서울에서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었다. 혼자 사는 일은 잠시 거쳐 가는 시기를 넘어 삶의 방식이 되어 가는데, 그 삶을 담는 방은 여전히 수험생의 방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는 주방이 없는 방이 '사는 곳'이 아니라 '잠만 자는 곳'이라는 데 주목했다. 그리고 목표를 이렇게 적었다. 신림동 미니원룸의 종결자. 많은 비용이 드는 수선보다 분위기와 환경을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잠만 자는 방이 아니라 삶을 산다는 느낌이 드는 집을 만들 것.
기획서에는 이런 문장도 있다. "취사를 할 수 있다는 것과 아예 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다른 차원이다." 잠에 대해서는 나중에 만든 생활안내서에 이렇게 적었다. "'잠 자는 방'이 많은 이곳 고시촌에서 가시지 않는 막연한 불안에 잠은 안 오고, 왜 '잠 오는 방'은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생각은 하나로 모였다. 잠만 자는 방을, 사는 집으로. 방 안은 잠이 오는 방으로 만들고, 방 밖에는 밥을 지어 먹고 서로 마주치는 자리를 만든다.

고치기 전의 미니원룸. 짙은 나무색 바닥 위에 낡은 침대와 책장, 책상이 놓여 있다
새처럼 떠도는 사람을 품는 나무
'새와나무'라는 이름에는 뜻이 있다. 새처럼 도시를 떠돌며 혼자 살아가는 1인 가구를, 나무처럼 품어 주는 집이라는 뜻이다. 이 프로젝트는 그 이름처럼 개인실의 컨디션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고, 없던 공용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물리적으로나 관계로나 더 나은 하루를 보내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1층의 방 여덟 개 가운데 두 개를 공용주방으로 바꾸고, 남은 여섯 개는 모두 새로 짰다. 보안키를 열고 들어오면 공용공간과 우편함을 지나, 복도 양쪽으로 여섯 개의 방이 늘어선다.
방 두 개를 내어 주는 것은 세를 놓는 건물로서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래도 그 편이 맞다고 보았다. 101호와 102호는 구성이 애매해 개인실로는 아쉬운 방이었다. 새와나무는 깨끗했지만 방음이 약했고, 기획서에는 그 약점을 상쇄할 멋진 공용공간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옛 한옥의 방은 작았다. 그래도 괜찮았던 것은 방 밖에 대청마루와 마당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을 하고 볕을 쬐고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방 밖에서 이루어졌다. 고시원과 미니원룸은 그 마루와 마당을 지우고 방만 남긴 집이다. 방을 넓힐 수 없다면 방 밖에 머물 곳을 만들면 된다. 우리는 이 건물에 마루 하나를 돌려주고 싶었다.

1층 평면 투시도. 복도 양쪽으로 개인실 103~108호가 늘어서고, 왼쪽 아래 두 칸을 터서 만든 버드 키친과 주차장, 세탁실이 보인다
잠을 잘 자는 방
개인실에서는 세 가지를 붙들었다. 잘 자는 것, 맑은 공기, 그리고 물건의 제자리.
반복되는 고단한 일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잠을 잘 자는 일이다. 가구의 배치와 높이, 재료와 패브릭, 조명, 백색소음까지 잠이 잘 오는 환경을 고민했다. 방문을 열면 옷장과 신발장 모듈, 침대와 책장 모듈, 그리고 커튼까지 세 겹의 켜가 복도로부터 방을 지켜 준다. 침대는 책상 높이로 들어 올렸다. 낮아진 천장 아래의 침대는 다락처럼 아늑하고, 비워진 침대 아래는 부피가 큰 짐을 두거나 숨고 싶을 때 들어가는 자리가 된다. 보통 고시원의 침대 위는 휑하게 비어 있거나 빨래를 너는 곳이 되기 마련이다.
잠만큼 중요하게 본 것이 공기다. 미세먼지가 들끓는 서울에서 거의 필수가 된 공기청정기를 모든 방과 공용공간에 두었다. 공사를 시작한 2019년 3월, 국회는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방 안의 맑은 공기는 더 이상 덤이 아니었다. 늘 돌아가는 청정기의 낮은 소리는 백색소음이 되어, 방음이 약한 옛 건물의 소리도 덮어 준다. 건물을 지을 때 방음벽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아 소리가 새어 나가던 약점도 이번에 함께 보완했다. 청정기만 믿지는 않았다. 안내서에 '깨끗한 공기의 기본은 환기와 물걸레 청소'라고 적고, 필터는 1년마다 갈게 했다.
좁은 방에 살다 보면 늘어나는 짐을 둘 곳이 없어 방 안 곳곳에 쌓게 된다. 잡다한 물건이 무질서하게 들어찬 방에서는 마음도 어지럽다. 그래서 물건마다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가구를 만들었다. 입주자는 이곳에 사는 동안 따로 가구를 사지 않아도, 삶에 필요한 것들을 제자리에 두고 쓸 수 있다. 냉장고와 에어컨, 공기청정기, 전신 거울이 있는 화장대까지, 작지만 모든 것을 갖춘 방이다.

개인실. 들어 올린 침대와 창가의 책상, 각재로 짠 선반 사이로 흰 커튼과 펜던트 조명이 보인다

개인실의 켜. 각재 프레임의 침대·선반 모듈 옆으로 서랍장과 냉장고, 전신 거울이 놓인다

들어 올린 침대 아래의 빈 공간. 큰 짐을 두거나 들어가 숨을 수 있는 자리다
합판과 각재, 따뜻한 빛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고를 수 있는 재료는 많지 않았다. 우리는 합판과 각재로 좁은 방을 입체적으로 짜고, 가장 효율적으로 쓰이는 방법을 궁리했다. 모든 가구는 재단과 조립, 마감까지 우리가 직접 했다.
처음 계획에서는 침대를 사서 넣으려 했다. 이틀 뒤 고친 계획에서는 침대와 책상, 옷장, 책장을 직접 만들기로 바꿨다. 여섯 방은 크기도 모양도 조금씩 달랐다. 사서 넣는 가구와 달리, 만든 가구는 방마다 맞출 수 있다. 서랍장과 의자처럼 기성품으로 충분한 것만 샀다. 손영민 소장은 표준 합판(1220×2440mm) 한 장마다 어떤 부재(가구의 각 조각)를 잘라 낼지 재단도를 그렸다. 두께는 세 가지로 나눴다. 책상과 침대 판, 신발장 선반은 11.5mm, 물과 무게를 받는 싱크대 상판과 욕실 수건장은 14.5mm, 가장 얇은 4.8mm는 공용 테이블의 테두리에 썼다. 판을 되도록 남기지 않고 쓰는 것이 곧 예산을 지키는 일이었다.
나무가 주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 위에, 커튼과 소품과 조명은 흰색 톤온톤으로 맞췄다. 누구에게나 무난하고 삶의 배경이 되는 색이다. 주광색(푸르스름한 흰빛) 형광등은 고르게 흩어진 전구색(노르스름하고 따뜻한 빛) 매입등으로 바꿔, 필요한 밝기는 지키면서 아늑하게 했다. 오랫동안 여러 사람의 손을 타며 멋스럽게 늙어 가도록, 책상을 비롯한 모든 가구의 표면에는 오일을 여러 번 먹여, 물에 젖어 얼룩지지 않게 했다. 오일은 표면에 막을 씌우지 않고 나무에 스며든다. 닳으면 덧발라 고칠 수 있어, 여러 사람이 오래 쓰는 가구에 맞는 마감이다.
혼자가 아니라고 말을 건네는 복도
개인주의가 팽배한 무연사회(無緣社會), 특히 이런 건물에서는 방문을 닫는 것 하나로 철저하게 혼자가 된다. 우리는 방에 혼자 갇힌 기분이 들지 않도록, 입주자들 사이에 느슨한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다. 친구나 가족 같은 관계를 바란 것은 아니다.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는 가볍게 아는 사이의 '약한 연결'이 사람을 더 넓은 세상과 이어 준다고 했다. 우리가 바란 것도 그 정도다. 낯익은 얼굴과 짧은 인사.
복도 벽을 따라 우편함을 놓았다. 칸막이 없이 열린 나무 선반으로, 방 가구와 같은 합판으로 짰다. 우편물이 쌓이는 모습만으로도 옆방과 앞방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복도 벽을 따라 놓은 열린 나무 우편함. 길게 이어지는 복도 양쪽으로 방문이 있다
벽을 뚫고 불시착한 소세지 우주선
101호와 102호, 작은 방 두 개를 합친 공용공간은 작다면 작고, 무언가를 하기엔 애매한 크기였다. 반듯한 공간에 반듯한 배치를 하면 모두에게 공평해지는 대신, 어느 한 곳도 시원하거나 다양하지 않은, 시퀀스 없는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이질적인 한 방이다. 질서를 무너뜨리고 다양한 시퀀스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방법이 필요했다.
먼저 두 방 사이의 벽에 아치를 그리고, 그 선을 따라 벽을 잘라 냈다. 그리고 과감하게, 소세지 우주선을 불시착시켰다. 양 끝이 둥근 4.8m 길이의 테이블이 아치 아래로 벽을 뚫고 사선으로 내려앉았다. 어디선가 날아온 소세지가 불시착하며 건물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그러니 뚫린 자리에는 벽돌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거칠게 잘린 벽돌은 우주선이 벽을 뚫고 들어온 자국이다.
그렇게 원룸 두 개를 관통한 소세지는 두 원룸을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었고, 잠만 자던 방 두 칸은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공사 중의 101·102호. 두 방 사이의 벽에 아치 모양 선을 그어 두었다

공사 중의 공용공간. 아치로 뚫은 벽 아래에 끝이 둥근 테이블의 나무 뼈대가 놓였다
벽을 자른 것은 2019년 3월 25일 철거 때다. 건물의 뼈대는 철근콘크리트라, 구조는 건드리지 않고 방을 나누던 벽돌 벽만 잘라 냈다. 테이블도 우리가 직접 만들었다. 나무로 뼈대를 짜고 합판을 덮은 뒤, 테두리에는 4.8mm의 얇은 합판을 띠로 잘라 둘렀다. 얇은 판이라야 둥근 끝을 따라 휜다.
커다란 우주선은 이렇게 공간을 하나로 잇는 매개이면서, 동시에 공간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는 요소다. 한 덩어리의 테이블이 공간을 크게 느껴지게 하고, 테이블과 두 방이 만나는 곳에는 반듯한 계획으로는 쓸 수 없는 크기의 작은 공간들이 생긴다. 작고 비좁고 정형화되지 않은 자리들, 듬성듬성 시선을 막고 열어 주는 벽들이 작은 공간에 여러 겹의 켜와 깊이를 만든다. 건축가 로버트 벤투리는 이렇게 한 요소가 두 가지 일을 함께 하는 것을 '이중 기능 요소'라고 불렀다.
어차피 반듯하게 놓인 탁자와 의자도, 사람들이 앉으면 듬성듬성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며 쓰게 된다. 이곳을 많은 사람이 빼곡히 채울 것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듬성듬성한 영역을 만들어 주면 된다. 그러면 괜한 의자와 탁자가 필요 없다. 넓은 자리와 좁은 자리가 번갈아 나타나는 시퀀스와 커다란 테이블 하나가, 쓰지 않는 공간까지 하나로 합쳐 공간을 더 크고 넉넉하게 보이게 한다.
테이블에는 여덟 개의 자리가 있다. 식탁이 되기도 하고 책상이 되기도 한다. 순환하는 듯 순환하지 않는 동선, 저마다 열린 정도가 다른 여덟 자리, 옆 사람과 다소 비좁은 간격. 지나갈 때 양해를 구하거나 어색한 인사라도 한마디 더 건네게 하려는 디자인이다. 끝이 둥근 테이블은 수직과 수평이 또렷한 주방과 어울리며, 편안함과 함께 약간의 긴장감을 준다.

우주선이 뚫고 들어온 자국처럼 잘린 벽돌 단면이 드러난 아치 사이로, 테이블이 벽을 뚫고 지나간다. 저마다 다른 자리에 흰 스탠드가 켜져 있다
새들의 주방, 버드 키친
주방은 테이블을 등지고 창을 바라본다. 오른쪽 주차장 쪽 벽돌 벽도 잘라 내고 통창을 내어 바깥과 이었다. 전자레인지와 토스트기, 인덕션과 싱크를 두어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다. 원래 복도 계단실에 있던 정수기와 전자레인지도 이곳으로 옮겨, 1층뿐 아니라 건물의 모든 층 사람들이 작은 일로도 자주 드나들게 했다. 싱크대 상판과 상부장, 후드장, 냄비 선반도 모두 합판으로 직접 짰다.
공용 냉장고에는 누구나 나눠 먹고 싶은 음식을 넣는다. 싱크대 아래의 서랍 스물네 개는 방마다 하나씩 주어진 사물함이다. 개인 식재료와 조리 도구를 넣어 둔다. 이곳에서 마주치지 않더라도, 서랍에 놓인 것들을 보며 같이 사는 누군가를 궁금해하게 된다.
우리말 '식구(食口)'는 한집에 살며 끼니를 함께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 집 사람들이 식구가 되기를 바란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주방에서 밥을 짓고 같은 테이블에서 라면 한 그릇을 먹다 보면, 모르는 사람이 조금 덜 낯설어진다. 안내서에 우리는 이렇게 적었다. "이곳은 단지 주방이 아닙니다."

버드 키친의 주방. 창 아래로 조리대와 싱크, 인덕션이 놓이고, 하부에는 칸칸이 나뉜 서랍이 줄지어 있다

벽에 'BIRD'S KITCHEN'이라고 적힌 공용공간. 테이블 끝 너머로 주방과 통창이 보인다

아치 너머의 주방 선반. 냄비와 그릇이 놓인 나무 선반 아래로 조리 도구가 걸려 있다
남길 것은 남기고, 쓸 곳에 쓴다
적은 예산으로 집의 질을 바꾸려면 무엇을 남기고 어디에 돈을 쓸지부터 정해야 한다. 기획서의 원칙은 '성능보다는 분위기'였다. 돈이 많이 드는 큰 수선 대신, 사람이 매일 몸으로 느끼는 것에 쓰기로 했다.
남길 수 있는 것은 남겼다. 철거는 101·102호의 벽돌 벽과 천장, 문, 그리고 여덟 방의 낡은 장판과 화장실 천장 마감판에 그쳤다. 101·102호 현관의 문틀과 여덟 방 화장실의 천장틀은 그대로 두었다. 방마다 들어갈 돈은 장판과 페인트, 조명, 화장실, 만드는 가구, 사는 가구, 패브릭, 공기청정기로 나눠 계획했고, 가장 큰 몫을 직접 만드는 가구에 두었다. 매일 몸이 닿는 침대와 책상, 수납이 방의 질을 정한다고 보았다. 철거만 업체에 맡기고 공사는 우리가 직접 꾸렸다(직영).
고친 뒤 오래 가는 것까지 설계라고 생각했다. 작은 방의 하자는 습기와 생활 습관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화장실 환풍기를 바꾸고, 침대에는 방수 커버를 기본으로 깔았다. 안내서에는 환기와 과습, 곰팡이, 장판 관리, 공기청정기 쓰는 법을 적고, 젖은 수건을 나무에 걸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넣었다. 입주와 퇴실 때는 같은 체크리스트로 집기 상태를 함께 확인하게 했다.
나무에 잠시 쉬어 가는 새들처럼
새로워진 새와나무(BIRDNTREE)의 얼굴이 될 일러스트를 그리고, 공간을 어떻게 쓰면 좋은지 알려 주는 안내서를 엽서로 만들어 방마다, 공용공간마다 두었다. 방 번호와 세탁실 표지는 나무 판에 새겼고, 복도의 피난안내도도 새로 그렸다.
잠이 오는 방, 밥을 지어 먹는 주방, 옆방의 우편물이 보이는 복도. 우리는 이 작은 손질들이 모여 잠만 자던 방을 사는 집으로 바꾸기를 바랐다.
작은 방이라는 물리적 한계와, 남과 함께 쓰는 공간이 가진 문제는 여전히 있다. 그래도 우리는 이 집이 깨끗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채워 주는 집이기를 바란다. 나무에 잠시 쉬어 가는 새들처럼,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품어 주는 집.

새와나무의 안내서 엽서. 건물을 그린 일러스트 엽서와 웃는 얼굴이 그려진 엽서가 구멍 뚫린 판에 걸려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9년 5월에 마친 것으로, 당시 건물의 용도는 고시원으로서 적법한 공사였음을 알려 드립니다. 지금은 근린생활시설로 용도가 바뀌어 쓰이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새와나무 홈퍼니싱 & 버드 키친은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A. 서울 관악구 대학동(옛 신림동 고시촌)의 미니원룸 건물 '새와나무' 1층을 고친 리모델링·홈퍼니싱 프로젝트입니다. 별의별건축사사무소가 개인실 여섯 개의 가구를 모두 직접 만들고, 방 두 개를 터서 공용주방 '버드 키친'을 만들었으며, 안내서와 사인까지 디자인했습니다. 주방이 없어 잠만 자던 방을, 잠이 잘 오는 방과 함께 밥을 지어 먹는 집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Q. 미니원룸이란 무엇인가요?
A. 고시원과 원룸 사이의 주거 유형입니다. 개인 욕실이 있어 고시원보다 프라이빗하지만 주방이 없어, 끼니는 밖에서 해결하고 방에서는 공부하고 잠만 자는 수험생에게 맞춰 생겨났습니다. 보통 석 달에서 1년 정도 머뭅니다.
Q. 작은 방을 어떻게 고쳤나요?
A. 잠을 잘 자는 것, 맑은 공기, 물건의 제자리에 집중했습니다. 침대를 책상 높이로 들어 올려 아늑하게 하고 그 아래를 수납과 숨는 자리로 비웠습니다. 모든 방에 공기청정기를 두어 맑은 공기와 백색소음을 함께 얻었습니다. 합판과 각재로 옷장·책장·화장대를 직접 만들어 입주자가 따로 가구를 살 필요가 없게 했고, 조명은 전구색 매입등으로 바꿨습니다.
Q. 적은 예산으로 어떻게 품질을 지켰나요?
A. 남길 것과 돈을 쓸 곳을 먼저 정했습니다. 구조와 대부분의 벽, 문틀과 화장실 천장틀은 그대로 두고, 방마다 예산의 가장 큰 몫을 매일 몸이 닿는 가구에 썼습니다. 가구는 표준 합판의 재단도를 먼저 그려 버리는 조각을 줄이고, 재단부터 오일 마감까지 직접 만들었습니다. 환기와 습기, 공기청정기를 다루는 법은 생활안내서와 체크리스트로 남겨 오래 쓰도록 했습니다.
Q. '소세지 우주선'은 무엇인가요?
A. 버드 키친 한가운데 놓인, 양 끝이 둥근 길이 4.8m의 테이블입니다. 두 방 사이의 벽을 아치 모양으로 뚫고 그 아래로 사선으로 놓아, 어디선가 날아와 건물을 뚫고 불시착한 듯한 모습입니다. 벽을 뚫고 들어왔으니 아치에는 잘린 벽돌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원룸 두 개를 관통한 이 테이블이 두 방을 하나로 묶어, 잠만 자던 방을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바꿨습니다. 반듯한 배치 대신 넓고 좁은 자리가 번갈아 나타나게 해 작은 공간을 크고 깊게 느끼게 하고, 여덟 개의 자리에서 입주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도록 했습니다.
Q. 공용공간에서 입주자들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A. 복도의 열린 우편함, 방마다 하나씩 주어진 주방의 서랍 사물함, 누구나 나눠 먹는 공용 냉장고, 여덟 자리의 큰 테이블이 느슨한 연결고리가 됩니다. 마주치지 않아도 옆방에 누군가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장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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