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은 무엇입니까?

지구라는 별 위에, 당신만의 소중하고 빛나는 별을 함께 짓습니다.
별의별건축사사무소는 2014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시작해
단독·협소주택과 한옥, 다가구, 풀빌라 펜션, 카페·상업시설의 설계와 인테리어,
공유주택 기획·운영까지 대안적인 삶을 담는 공간을 만듭니다.







동네북

DONG-NE BOOK

카페 탁자 위에서 함께 쓰는 책


카페 나무 탁자 위의 동네북 시험판. 회색 판지 표지 위쪽에 카페에서 붙인 '당신의 Story를 여기에 쓸 수 있어요' 손글씨 안내가 꽂혀 있고, 누군가 제목 옆에 '똥배불룩'이라고 덧써 놓았다. 오른쪽 아래에 검은 원형 왓썹북 로고가 있다

"당신의 이야기를 적어보세요. 동네북에서 동네친구를 찾아보세요. 애써 꾸미지 않은 서로의 이야기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줍니다." 동네북은 커피숍처럼 열린 공간에 놓여, 그곳에 들른 사람들이 함께 쓰는 책이다. 2014년, 소셜북 출판사 왓썹북과 함께 기획하고 우리가 편집과 디자인을 맡았다. 펼침면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와 "함께하고 싶은 친구는"이라는 두 장의 쪽지를 그려 두고, 낯선 사람이 손글씨로 자기를 소개하고 동네 친구를 찾게 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시험판 50부를 실로 엮어 만들었고, 후원자들에게 저마다 자기 동네 카페에 책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몇 달 뒤, 카페 탁자 위의 책은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림으로 가득 찼다. 책 한 권이 카페를 동네의 거실로 바꾸는 실험이었다.

프로젝트  동네북 (DONG-NE BOOK)
종류  소셜북(공간에 놓여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책)
기획·펴냄  1인 출판사 왓썹북
편집  왓썹북, 별의별사무소(손영민, 박소영)
디자인·그림  별의별사무소(손영민, 박소영)
시험판  2014년 9월, 144쪽, 50부, 실 제본, 회색 판지 표지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 후원자 32명)
정식판  2015년, 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 '위키서울 2015' 실행팀으로 만들어 배포 (162쪽)
놓인 곳  서울 곳곳의 카페와 커뮤니티 공간

설계의 변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시나요
인터넷에서는 하루에도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정작 옆집에 누가 사는지는 모른다. 우리가 함께 쓴 제안서는 이 질문으로 시작한다.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고 계신가요?" 이웃이 없다고 답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고, 사람들이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은 하루 한 시간이 안 된다. 사람들은 이 시대를 무연사회(無緣社會)라고 불렀다. 제안서의 한 줄이 이 상황을 요약한다. "세상은 이어지고 관계는 단절된다."

어려서부터 한 동네에 쭉 살지 않은 사람에게 동네 친구는 드물다. 학교 친구나 직장 동료도 가까이 살지 않으면 자주 만나기 어렵다. 늦은 저녁 잠깐 불러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있다면 어떨까. 출판사 왓썹북은 이 물음에 책으로 답하려 했다. 소통의 매개체로 책을 쓸 수는 없을까.

책을 사람이 아니라 공간에 두다
보통의 책은 한 사람이 사서 한 사람이 읽는다. 동네북은 거꾸로다. 누구의 것도 아니고, 한 장소의 것이다. 카페 탁자 위에 놓여, 그곳에 들른 사람들이 차례로 쓰고 읽는다. 책의 저자는 그 동네 사람들이다.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집도 일터도 아닌, 사람들이 편하게 모여 어울리는 동네의 카페와 술집과 이발소를 '제3의 장소'라고 불렀다. 그러나 오늘의 카페는 사람이 많아도 서로 말을 걸지 않는 곳이다. 저마다 노트북과 휴대폰을 마주한다. 동네북은 그 탁자 위에 놓인 작은 장치다. 같은 공간에 앉은 낯선 사람들 사이에, 말 대신 글씨로 먼저 인사를 건넬 수 있는 통로를 하나 낸다. 건물을 고치지 않고도 카페가 동네의 거실이 될 수 있는지 시험한 것이다.

카페의 방명록이나 낙서장은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공책들은 대개 짧은 방문 후기나, 연락처를 남겨 이성을 만나 보려는 쪽지로 채워졌다. 실험판을 놓아 보며 우리가 확인한 것은, 쓸 거리와 쓸 자리를 정성껏 마련해 주면 사람들이 훨씬 진솔하게 자기를 돌아보며 쓴다는 사실이었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이 책의 디자인이다.


시험판의 첫 펼침면. 짙은 회색 바탕 왼쪽에 민트색 큰 글씨로 '동네 북이요?', 오른쪽에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친구가 있으신가요?'와 '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책을 만들어 가면서 동네 친구를 찾아 보는 책입니다'라는 글이 있다

쓰고 싶게 만드는 쪽
빈 공책은 오히려 사람을 머뭇거리게 한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도널드 노먼은 물건의 모양이 그 쓰임을 스스로 알려 주는 성질을 행동 유도성(어포던스)이라고 불렀다. 문손잡이가 당기라고 말하듯, 동네북의 쪽은 쓰라고 말해야 했다.

그래서 펼침면마다 손으로 그린 쪽지 두 장을 펼쳐 놓았다. 왼쪽 쪽지에는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오른쪽 쪽지에는 "함께하고 싶은 친구는"이라고 적었다. 나이와 직업과 취미와 꿈을 적어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좋다. 쪽지 모양은 반듯한 칸이 아니라 접혔다 펴진 종이처럼 비뚤게 그려, 글씨가 칸을 넘어가도 괜찮다는 신호를 주었다. 아래쪽에는 원고지 칸을 깔고 '릴레이 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앞사람의 이야기에 이어 한 줄씩 쓰다 보면, 그 동네만의 소설 한 편이 된다.


시험판의 '쪽지 쓰는 방법' 펼침면. 비뚤게 접힌 쪽지 두 장에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와 '함께하고 싶은 친구는'이 민트색으로 적혀 있고, 둘레의 말풍선들이 무엇을 적으면 좋을지, 단어 스티커를 어디에 붙이는지, 연락처는 어떻게 남기면 안전한지 알려 준다. 아래쪽에는 '릴레이 소설' 원고지 칸이 있다

쪽마다 작은 장치를 더했다. 쓰기 시작한 시각과 날씨를 적는 줄, 쪽지에 붙이는 단어 스티커('채식', '친구'처럼 나를 설명하는 말), 연필로 그린 동네 그림 스티커. 연락처 칸 옆에는 "잘 쓰지 않는, 다른 인터넷 아이디와 비슷하지 않은 이메일을 적으라"는 당부를 달았다.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책일수록, 그 마음을 지키는 장치도 함께 있어야 했다.

펼침면의 번호는 숫자 대신 '한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오징어, 육계장'으로 붙였다. 어릴 적 골목에서 손가락을 꼽으며 세던 말놀이다. 쓰는 사람이 저도 모르게 웃으며 동네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하고 싶었다. 열 사람마다 '얼굴 그리기', '약도 그리기', '나만의 동네 단골집', '맞아 맞아 동네 추억', '여보세요, 같이 놀아요!', '동네 소모임 소개', '끝말잇기', '낙서금지!!' 같은 쉬어 가는 쪽을 두었다. 진지하게 자기를 털어놓는 쪽과 가볍게 노는 쪽을 번갈아 놓아, 누구든 자기에게 맞는 자리에서 펜을 들 수 있게 했다.


연필로 그린 동네 그림 스티커 시트. 사람, 강아지, 고양이, 집, 교회, 우산, 나무, 자전거, 가게, 가로등 같은 작은 그림들이 칸마다 하나씩 그려져 있다

책을 처음 펼친 사람을 위해 '친절한 동네북 사용법'을 지도처럼 그렸다. 출발점에서 "혼자 산다, 가끔 외롭다, 동네 친구가 없다, 같이 놀고 싶다"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는지 묻고, 펜이 있는지 묻고, 쪽지를 남기고, 다른 사람의 쪽지를 읽고, 답장을 기다리는 길을 따라가면 마지막에 "동네 친구 찾기 성공!"에 닿는다. 답장이 오지 않으면 길은 다시 "포기는 없다! 또 쓰자!"로 돌아간다.


시험판의 '친절한 동네북 사용법' 펼침면. 연필 선으로 그린 골목길 지도 위에 START부터 '동네북 발견!', '쪽지를 남기고 기다린다', '느낌이 좋은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까?', '동네 친구 찾기 성공!'까지 길이 이어지고, 길가에 집과 사람과 강아지가 그려져 있다

실로 엮은 책
동네북은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읽는 책이 아니다. 수십 명이 펼치고, 꾹꾹 눌러 쓰고, 이리저리 들고 다닌다. 그래서 실로 엮었다. 실 제본은 낱장이 쉽게 빠지지 않고, 책이 탁자 위에 납작하게 펼쳐져 가운데까지 글을 쓰기 좋다. 책등에는 노란 실이 그대로 드러나게 했다. 사용법 쪽에는 이렇게 적었다. "종이를 뜯어내면 안돼요! (실로 엮인 책입니다)"

표지는 두꺼운 회색 판지에 노란 동네북 표시와 세로로 쓴 제목만 두었다. 손때가 묻어도, 누가 그 위에 낙서를 해도 괜찮은 표지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동네북 시험판의 책등. 회색 판지 표지 아래로 노란 실로 엮은 묶음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동네지기에게 보내는 편지
동네북이 놓일 자리를 출판사와 우리가 다 알 수는 없었다. 동네마다 그 동네 사람만 아는 장소가 있다. 그래서 책을 나르는 일을 후원자들에게 부탁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시험판을 후원한 사람들은 책과 함께 편지 두 통을 받았다. 하나는 후원자에게 보내는 감사와 부탁의 편지, 다른 하나는 그 후원자가 책을 건넬 카페 주인에게 보내는 편지다. 두 번째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To. 동네지기가 될 공간 운영자님."

동네북은 동네 사람이 동네 공간에 직접 건네는 책이었다. 책을 받은 카페 주인은 책 한 권과 함께, 그 동네를 잇는 '동네지기'라는 이름도 받았다.

동네의 것이 된 책
서울 흑석동의 카페 '나귀와 플라타너스'에 놓인 동네북은 몇 달 사이 이렇게 바뀌어 있었다. 카페 주인은 표지 위에 "당신의 Story를 여기에 쓸 수 있어요"라는 손글씨 안내를 꽂아 두었고, 누군가는 제목 옆에 '똥배불룩'이라고 덧써 책 이름을 바꿔 놓았다. 표지 한쪽에는 누군가 손글씨로 카페 이름을 적어 두었고, 그 아래에는 '토일월화수목금'이라는 요일이 적혀 있었다. 우리가 만든 책이 아니라, 그 카페와 그 동네의 책이 되어 있었다.

'얼굴 그리기' 쪽은 수십 개의 얼굴로 가득했고, '약도 그리기' 쪽에는 누군가 동네를 입체로 그리고 "우리 집"이라고 적어 두었다. 건축가가 그리는 투시도와 다르지 않은, 한 동네 사람이 그린 자기 동네의 그림이었다. 실험판을 놓아 둔 카페들에서 약 여섯 달 만에 대부분의 쪽이 손글씨로 채워졌고, 한 카페 주인은 새 책을 사고 싶다고 연락해 왔다.


흑석동 카페 '나귀와 플라타너스'에서 채워진 '얼굴 그리기' 펼침면. 민트색 점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그린 크고 작은 얼굴, 동물, 만화 인물이 빼곡하다


같은 카페의 '약도 그리기' 펼침면. 누군가 펜으로 동네의 건물과 골목을 입체로 겹겹이 그리고, 건물 하나에 '우리집'이라고 적어 두었다

이 결과를 들고 이듬해 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 '위키서울 2015'에 함께 나갔다. 실행팀으로 뽑혀 162쪽짜리 정식판을 다시 편집하고 디자인했다. 시험판의 경험을 바탕으로 쪽의 구성과 색을 다듬었고, 정식판은 인쇄되어 배포되었다.

책도 공간이다
건축사사무소가 왜 책을 만들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에게 동네북은 작은 건축이었다. 건물을 짓는 일이 사람들이 모이고 머물고 서로를 알아볼 자리를 만드는 일이라면, 동네북도 같은 일을 했다. 다만 벽과 지붕 대신 종이와 실로, 탁자 위 한 뼘의 자리에 지었을 뿐이다.

동네북에서 배운 것은 그 뒤 우리의 공간으로 이어졌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한 공간을 함께 쓰며 서로를 알아 가는 신림동의 공유오피스 토끼굴, 동네 주민과 커피를 내리며 동네북을 함께 쓰던 성북예술창작센터의 우리동네 빠리스타. 사람을 잇는 것은 결국 그 사이에 놓인 작은 장치다. 탁자 위의 책 한 권, 모퉁이의 처마 하나, 함께 쓰는 거실 하나.








































자주 묻는 질문

Q. 동네북은 어떤 책인가요?
A. 커피숍처럼 열린 공간에 놓여 그곳에 들른 사람들이 함께 쓰는 '소셜북'입니다. 펼침면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와 "함께하고 싶은 친구는"이라는 쪽지가 그려져 있어, 낯선 사람들이 손글씨로 자기를 소개하고 동네 친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2014년 1인 출판사 왓썹북이 기획하고 별의별사무소(손영민, 박소영)가 편집과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Q. 왜 책을 카페에 두었나요?
A. 카페는 동네 사람들이 오가는 열린 공간이지만, 정작 같은 탁자에 앉은 사람끼리도 말을 걸지 않습니다. 동네북은 그 사이에서 말 대신 글씨로 먼저 인사를 건네게 하는 장치입니다. 한 사람이 소장하는 책이 아니라 한 장소에 속하는 책이라서, 책을 통해 카페가 동네 사람들의 거실 같은 커뮤니티 공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Q. 동네북의 쪽은 어떻게 디자인했나요?
A. 빈 공책은 오히려 쓰기 어렵기 때문에, 쓸 거리와 쓸 자리를 정성껏 마련했습니다. 비뚤게 접힌 쪽지 두 장, 앞사람의 글에 이어 쓰는 '릴레이 소설' 원고지, 시각과 날씨를 적는 줄, 단어 스티커와 연필 그림 스티커를 두었습니다. 열 사람마다 '얼굴 그리기', '약도 그리기', '나만의 동네 단골집' 같은 쉬어 가는 쪽을 넣고, 펼침면 번호는 '한놈, 두시기, 석삼…' 같은 옛 말놀이로 붙였습니다.

Q. 동네북은 어떻게 카페에 놓였나요?
A. 크라우드펀딩으로 시험판 50부를 만들고, 후원자들에게 책과 편지 두 통을 보냈습니다. 후원자가 자기 동네 카페에 책을 건네고, 카페 주인에게는 "동네지기가 될 공간 운영자님"으로 시작하는 편지를 함께 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동네마다 그 동네 사람만 아는 장소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Q. 실제로 사람들이 동네북을 썼나요?
A. 네. 실험판을 놓아 둔 카페들에서 약 여섯 달 만에 대부분의 쪽이 손글씨로 채워졌습니다. 흑석동의 카페 '나귀와 플라타너스'에서는 주인이 "당신의 Story를 여기에 쓸 수 있어요"라는 안내를 붙였고, 손님들이 표지에 낙서를 하고 얼굴과 동네 약도를 그려 넣었습니다. 한 카페 주인은 새 책을 사고 싶다고 연락해 오기도 했습니다.

Q. 건축사사무소가 왜 책을 만들었나요?
A. 건물을 짓는 일이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를 알아볼 자리를 만드는 일이라면, 동네북도 같은 일을 하는 작은 건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벽과 지붕 대신 종이와 실로, 탁자 위 한 뼘의 자리에 사람 사이의 통로를 낸 것입니다. 이 경험은 이후 공유오피스 토끼굴과 우리동네 빠리스타 같은 공간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건축사사무소 — 주택·한옥·다가구 신축, 풀빌라 펜션·상업시설 설계, 상업공간 인테리어, 공유주택 기획·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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