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은 무엇입니까?

지구라는 별 위에, 당신만의 소중하고 빛나는 별을 함께 짓습니다.
별의별건축사사무소는 2014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시작해
단독·협소주택과 한옥, 다가구, 풀빌라 펜션, 카페·상업시설의 설계와 인테리어,
공유주택 기획·운영까지 대안적인 삶을 담는 공간을 만듭니다.







홍시네

HONGSI-NE APARTMENT REMODELING

아이와 함께 자라는 아파트


햇빛이 깊이 드는 아파트 거실. 큰 창 너머로 산과 도시가 보이고, 창가에는 미끄럼틀과 놀이 집이 있다. 왼쪽에는 자작나무 합판으로 짠 높은 선반 겸 놀이 구조물이, 가운데에는 낮은 소파와 자작 다리를 단 흰 탁자가, 오른쪽 벽에는 길게 이어진 나무 선반이 있다. 아이와 사진 액자는 흐리게 처리했다

홍시네는 아기를 키우는 가족의 아파트를 우리가 설계하고 직접 고친 집이다. 2014년 겨울, 건축주는 바라는 집을 한 장에 적어 보냈다. 물건마다 제자리가 있는 집, 청소하기 편한 집, 따뜻하고 층간소음이 적은 집, 아기가 놀 곳이 많은 집, 어디서든 책이 보이는 집. 우리는 그 목록을 하나씩 공간으로 바꿨다. 거실 한쪽에 난간과 계단이 있는 자작나무 놀이 단을 세우고, 벽을 따라 책과 아끼는 물건이 놓일 선반을 이었다. 창을 바꾸고 중문을 달아 겨울을 막고, 아기를 재울 때 쓸 수 있도록 밝기를 조절하는 불을 달았다. 가구는 유아원에서 쓰는 등급의 자작합판과 냄새가 적은 바니시로 짰고, 아이가 손에 쥐고 노는 나무 장난감까지 우리가 만들어 주었다. 공사를 마친 뒤에는 이 집을 오래 쓰는 법을 적은 유지관리 매뉴얼을 건넸다. 아이가 자라면 놀이 단 난간에 감아 둔 줄을 풀어 주라는 당부도 거기에 적었다. 집이 아이와 함께 자라도록.

프로젝트  홍시네 (아파트 실내 리모델링)
용도  주거 실내. 아기가 있는 가족의 아파트 한 세대
범위  거실 놀이 단과 선반, 아이방 가구, 안방 드레스룸 벽과 평상, 파우더룸, 주방, 창호 교체, 중문, 욕실, 조명 교체, 도배·바닥, 나무 장난감
재료  자작합판(유아원·병원 등급), 미송합판과 스프러스 구조목, 저휘발성 폴리우레탄 바니시
설계·시공  별의별건축사사무소 (손영민, 박소영). 설계와 시공을 모두 맡음
기간  2014년 12월 ~ 2015년 2월
상태  준공 (2015년 2월), 유지관리 매뉴얼 전달

설계의 변

한 장의 목록
2014년 12월 말, 건축주가 바라는 집을 적어 보냈다. 문장은 짧고 구체적이었다. 전체적으로 물건들이 제자리가 다 있었으면 좋겠다. 청소하기 편리했으면 좋겠다. 따뜻한 집, 층간소음이 적은 집, 효율적인 집. 아기가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책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책에 많이 노출된 집이면 좋겠다. 밤에 아기를 재울 때 책을 읽어 주는데, 그때 알맞은 밝기를 낼 수 있는 조명이 필요하다. 부엌에 대해서는 더 자세했다. 개수대가 키에 맞았으면, 수집한 컵을 진열할 자리가 있었으면, 음식할 때 휴대폰으로 검색하니 거치할 자리가 있었으면.

우리는 이 목록을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크고 그럴듯한 개념보다, 한 가족이 매일 부딪히는 작은 불편과 바람이 먼저였다. 그리고 목록의 한 줄 한 줄이 공간 하나, 가구 하나, 재료 하나로 답할 수 있는 것인지 따져 보았다.

물건마다 제자리가 있는 집
마리아 몬테소리는 아이를 위한 '준비된 환경'을 말했다. 아이 키에 맞고, 물건마다 정해진 자리가 있어 아이가 스스로 꺼내고 되돌려 놓을 수 있는 환경이다. 질서는 아이에게 자유를 준다. 건축주의 첫 문장도 같은 말이었다. 물건들이 제자리가 다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수납을 집 곳곳에 나눠 넣었다. 거실 벽을 따라 나무 선반을 길게 이어 책과 사진과 아끼는 물건이 늘 눈에 들도록 했다. 정조는 어좌 뒤에 책을 가득 그린 책가도를 세워 두었다고 전한다. 책은 꽂혀 있기만 해도 사람을 부른다. 어디서든 책이 보이는 집은 책장이 많은 집이 아니라, 책이 눈높이에 놓인 집이다.


거실의 자작 놀이 단. 스프러스 구조목 기둥과 난간이 자작합판 바닥을 둘러싸고, 그 위에 큰 곰 인형이 앉아 있다. 뒤로 거실 벽의 선반과 TV가 보인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놀이터
아기가 놀 곳이 많기를 바랐다. 우리는 거실 한쪽에 난간과 계단이 있는 놀이 단을 세웠다. 아이에게 거실은 가장 넓은 놀이터이고, 부모가 늘 보는 자리다. 놀이 단은 오르고 내려오고 숨는 곳이 된다. 아이방에는 계단과 집 모양의 옷장이 달린 이층 침대를 넣었다.

놀이 단의 난간 살 사이는 지금의 아기에게는 넓다. 우리는 매뉴얼에 이렇게 적었다. 당분간은 로프나 털실을 기둥 사이사이에 감아 틈을 좁혀 두라고. 그리고 네다섯 살이 지나면 그 줄을 풀어, 아이가 살 사이로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게 해 주라고. 그것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고. 계단의 날카로운 모서리도 나중을 위해 그대로 두고, 지금은 부드러운 보호대를 붙여 두기를 권했다.

영국의 조경가 레이디 앨런 오브 허트우드는 놀이터를 두고, 마음이 부러지는 것보다 뼈가 부러지는 편이 낫다고 했다. 아이를 위험에서 떼어 놓기만 하는 공간은 아이를 자라게 하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의 안전과 나중의 도전을 한 구조물에 함께 담았다. 줄 몇 가닥을 감고 푸는 것으로, 같은 난간이 아기의 울타리가 되었다가 아이의 놀이 기구가 된다.

바닥에서 노는 나무 장난감도 우리가 만들어 주었다. 바퀴 달린 차와 수레, 물고기 모양 조각, 세모와 네모 블록. 놀이 단이 아이가 오르는 큰 놀이터라면, 장난감은 아이가 손에 쥐는 작은 놀이터다.


우리가 만들어 준 나무 장난감들. 바퀴 달린 차와 수레, 물고기 모양 조각, 세모와 네모 블록이 햇빛 드는 거실 바닥에 흩어져 있다

아이 곁에 두는 재료
아이가 핥고 기대고 뒹구는 가구라서 재료를 먼저 골랐다. 가구는 핀란드산 자작합판으로 짰다. 접착제와 표면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가 국내 최상 등급 기준치의 5분의 1 수준이라, 유아원과 병원에서 쓰는 판재다. 마감은 배의 갑판에 쓰는 폴리우레탄 바니시로 했다. 물과 오염에 강하고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 적어, 처음에는 우윳빛이었다가 점점 투명해진다. 나무와 나무는 나사못과 친환경 목공 본드로 붙였다.

거실 가벽과 안방 평상의 뼈대는 침엽수 가운데 가볍고 강한 스프러스 구조목으로 세우고, 습기를 먹었다 말라도 제 모양으로 돌아오는 미송합판을 덮었다. 파우더룸의 벽에는 흔히 쓰는 석고보드 대신 합판을 붙였다. 석고보드에서 나올 수 있는 라돈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매뉴얼에 솔직하게 적었다. 좋은 자재를 썼지만 완벽하게 친환경일 수는 없다. 냄새가 다 빠질 때까지 자주 환기하고 청소하라고. 자작나무를 많이 써서 은은한 나무 향이 날 것이라고.


안방의 자작합판 벽. 창가를 따라 낮은 평상이 이어지고, 그 끝에 자작합판으로 감싼 드레스룸 벽이 서 있다


파우더룸. 자작합판으로 짠 세면 가구 위에 둥근 세면볼과 수전이 있고, 벽에는 거울이 걸려 있다


욕실. 자작합판으로 짠 거울장이 세면대 위에 걸려 있고, 회색 타일 벽에 샤워기가 있다

따뜻하고 조용한 집
따뜻한 집을 위해 우리는 두 가지 안을 그려 보였다. 첫째 안은 확장한 베란다 쪽 벽과 커튼 박스의 단열을 보강하고, 벽과 단열재 사이의 틈을 발포 충전재로 메우는 안이다. 둘째 안은 현관에 중문을 달아 공간을 나누는 안이다. 바닥 난방관을 건드리지 않아도 되고, 벽의 단열이 부실할 때 고를 수 있는 안이었다. 우리는 창을 바꾸고 중문을 다는 쪽에 무게를 두었다. 공사비의 가장 큰 몫을 창에 썼다. 창은 제품만큼 시공이 성능을 좌우해서, 인증받은 시공 팀에 맡겼다. 현관에는 두 짝이 함께 움직이는 미닫이 중문을 달아 바깥의 찬 공기와 소리를 한 번 더 걸렀다.


현관의 미닫이 중문. 짙은 회색 틀에 세로로 긴 유리를 끼운 두 짝 문이 현관과 거실 사이를 나누고, 문 앞에 실내화가 놓여 있다

불은 모두 LED로 바꾸고, 안방에는 밝기를 조절하는 불을 달았다. 아기를 재우며 책을 읽어 줄 때 알맞은 밝기로 낮출 수 있도록, 벽 스위치로 조절하는 방법과 휴대폰으로 조절하는 방법 두 가지를 마련했다.

키에 맞는 부엌
부엌은 쓰는 사람의 손에 맞추려 했다. 싱크대를 새로 짜 넣고, 식기 건조대를 따로 두지 않아도 되게 개수대를 둘로 냈다. 수납을 늘리고, 수집한 컵과 병이 놓일 선반을 벽에 길게 달았다. 부엌의 레일 조명은 원하는 자리로 옮기거나 다른 등으로 바꿔 달 수 있어, 싫증이 나면 쉽게 바꿀 수 있다.


식탁과 벽 선반. 벽을 따라 긴 나무 선반에 병과 작은 물건들이 놓이고, 식탁 위로 둥근 펜던트 조명이 내려와 있다


부엌의 흰 수납장. 자작합판 상판을 얹은 흰 수납장이 식탁 쪽을 향해 서 있고, 그 위 벽 선반에 양념과 병이 놓여 있다

손으로 짠 가구
이 집의 가구는 우리가 직접 그리고 재단해 시공했다. 손영민 소장이 그린 재단 도면만 서른네 장이다. 거실의 놀이 단에서 아이 손에 쥐는 장난감까지, 같은 손으로 만들었다. 거실의 낮은 탁자는 자작합판 상판에 다리를 비스듬히 달아, 아이가 둘레를 돌며 놀아도 걸리지 않게 했다. 작은 집 모양의 상자도 같은 판재로 짰다.


자작합판 다리를 비스듬히 단 낮은 탁자. 햇빛이 드는 거실 바닥 위에 상판이 넓게 떠 있다


같은 탁자를 옆에서 본 모습. 얇은 상판 아래 자작합판 다리 셋이 바깥으로 벌어져 있다


나무 상판 위의 집 모양 상자. 자작합판으로 짠 박공 지붕 모양의 작은 상자 곁에 낮은 상자가 붙어 있다

다 짓고 나서 건넨 책
공사를 마친 2015년 2월, 우리는 『홍시네 유지관리 매뉴얼』을 건넸다. 바니시가 어떤 재료인지, 물이 흘러내리는 홈은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 드레스룸 벽은 왜 무거운 것을 걸면 안 되는지, 거실 가벽은 천장과 벽에 어떻게 고정했는지, 파우더룸 배관의 이음매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손봐야 하는지, 실리콘이 떨어지면 왜 바로 다시 발라야 하는지, 중문이 빠지면 어떻게 다시 끼우는지. 드레스룸의 얇은 합판 벽에는 무거운 걸이 대신, 작은 못과 실로 사진을 거는 방법을 권했다.

스튜어트 브랜드는 『건물은 어떻게 배우는가』에서, 건물은 다 지은 날이 아니라 그 뒤에 쓰이고 고쳐지며 비로소 완성된다고 했다. 집은 준공과 함께 끝나지 않는다. 아이가 자라고, 바니시가 단단해지고, 실리콘이 낡는다. 우리는 그 시간을 설계의 일부로 여겼다. 매뉴얼의 마지막에는 손영민 소장과 박소영 소장의 이름을 적었다. 이 집이 오래 잘 쓰이도록, 언제든 물어 달라는 뜻이었다.

자주 묻는 질문

Q. 홍시네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A. 아기를 키우는 가족의 아파트를 별의별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하고 전부 직접 시공한 실내 리모델링입니다. 2014년 12월에 시작해 2015년 2월에 마쳤습니다. 거실 놀이 단과 선반, 아이방 가구, 안방 드레스룸 벽과 평상, 파우더룸, 주방, 창호와 중문, 조명을 바꿨습니다.

Q. 아이를 위해 무엇을 했나요?
A. 거실에 난간과 계단이 있는 자작나무 놀이 단을, 아이방에 계단과 집 모양 옷장이 달린 이층 침대를 넣었습니다. 아기일 때는 난간 사이에 줄을 감아 틈을 좁히고, 네다섯 살이 지나면 줄을 풀어 아이가 살 사이로 오르내리게 하도록 권했습니다. 가구는 유아원 등급의 자작합판과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 적은 바니시로 짰고, 나무 장난감도 우리가 만들어 주었습니다.

Q. 어떤 재료를 썼나요?
A. 가구는 포름알데히드 방출이 국내 최상 등급 기준치의 5분의 1 수준인 자작합판으로, 가벽과 평상의 뼈대는 스프러스 구조목과 미송합판으로 만들었습니다. 파우더룸 벽은 라돈이 걱정되는 석고보드 대신 합판으로 마감했습니다. 마감은 물과 오염에 강한 폴리우레탄 바니시입니다.

Q. 집을 따뜻하게 하려고 무엇을 했나요?
A. 확장한 베란다 쪽 단열을 보강하는 안과 현관에 중문을 다는 안을 비교한 뒤, 창을 바꾸고 중문을 다는 쪽을 택했습니다. 공사비의 가장 큰 몫을 창에 썼고, 인증받은 시공 팀에 맡겼습니다. 현관의 미닫이 중문은 찬 공기와 소리를 한 번 더 막습니다.

Q. 유지관리 매뉴얼은 무엇인가요?
A. 공사를 마친 뒤 건넨 이 집의 사용 설명서입니다. 재료와 마감의 관리, 아이 안전, 조명 조절, 가벽 고정 방식, 배관과 실리콘 보수, 중문 사용법을 적었습니다. 집은 준공과 함께 끝나지 않고, 쓰이며 함께 자란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건축사사무소 — 주택·한옥·다가구 신축, 풀빌라 펜션·상업시설 설계, 상업공간 인테리어, 공유주택 기획·운영
별의별건축사사무소 · 서울 관악구 신림로19길 49 지층 더래빗홀 · 010-8963-8532 · byulsamuso@gmail.com · © 2014–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