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Y HOTEL ROOM
신림역 오피스텔 에어비앤비 홈퍼니싱
나의 작은 호텔룸, 관계에 대한 작은 실험
위에서 내려다본 작은 방. 흰 커튼 앞에 둥근 나무 밥상과 노란 방석, 통나무 스툴, 남천 화분이 놓이고, 아래로 흰 침구를 깐 침대가 보인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 근처, 전용면적이 4평도 되지 않는 오피스텔 한 칸을 빌려 '나의 작은 호텔룸'으로 꾸미고, 2016년 12월부터 1년 동안 에어비앤비 숙소로 직접 운영한 홈퍼니싱 프로젝트다. 조명을 전구색으로 바꾸고, 파레트 침대와 밥상을 직접 만들고, 집에 있던 화분과 그릇으로 방을 채웠다. 슈퍼호스트라는 이름도 얻었다. 그러나 셀프체크인으로 오가는 게스트와는 끝내 아무 관계도 맺지 못했다. 관계가 생기지 않는 공간은 우리에게 의미를 줄 수 없다는 것을 배운, 실패에 대한 기록이다.
위치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역 인근 오피스텔 (높은 층, 창밖으로 도림천과 동네가 내려다보임)
규모 전용면적 4평(약 13㎡) 미만의 원룸 1실
분야 오피스텔 홈퍼니싱 · 공유숙박(에어비앤비) 직접 운영
방식 월세로 빌린 방, 집 전체를 빌려주는 방식, 셀프체크인
기간 2016년 11월 계약 → 12월 3일 첫 게스트 → 2017년 가을 운영 종료 (약 1년)
기획·운영 별의별건축사사무소
설계의 변
친구가 오면 재워 줄 방 하나
2016년 11월, 우리는 신림역 근처의 전망 좋은 오피스텔 한 칸을 빌렸다. 공유숙박의 대명사가 된 에어비앤비를 직접 해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왜 에어비앤비를 하고 싶었을까. 게스트룸이 없는 우리 집에 친구가 찾아오면 재워 줄 곳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맞아 도움을 주는 일이라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2014년부터 신림동에서 쉐어하우스 새와나무 2호를 꾸려 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낯선 여행자를 맞는 방이었다.
4평이 채 안 되는 방
전용면적이 4평도 되지 않는 오피스텔에는 인테리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더하는 대신 몇 가지만 바꿨다. 먼저 차가운 주광색 조명을 따뜻한 전구색 매입등 여섯 개로 갈았다. 퀸사이즈 매트리스를 들이니 방이 가득 찼다. 침대 틀은 나무 파레트로 직접 만들고, 낮고 둥근 밥상도 직접 만들었다. 밥상 위에는 꼬마전구를 담은 유리 물병을 올려 밤의 조명으로 삼았다. 창에는 직접 만든 흰 면 커튼을 달았다.

창으로 빛이 드는 작은 방. 흰 면 커튼과 흰 침구의 퀸사이즈 침대가 방을 거의 채우고, 구석에 화분과 마른 나뭇가지가 서 있다
나머지는 집에 있던 여분의 장식품과 화분, 그릇으로 채웠다. 남천과 아이비, 보스턴고사리는 자동급수 화분에 심었다. 모자란 물건은 1인 가구를 겨냥한 저렴한 제품 위주로 샀다. 생활에 꼭 필요한 간소한 살림만 채워진 방을 보고 있으면, 미니멀리즘이 우리 삶에도 가능할 것 같았다. 복잡한 일상과 무겁게 느껴지는 물건들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곳. 그렇게 나의 작은 호텔룸이 만들어졌다.

흰 커튼 앞의 낮고 둥근 나무 밥상. 꼬마전구를 담은 유리 물병이 빛나고, 옆에 통나무 스툴과 노란 방석, 흰 수납장과 남천 화분이 있다

저녁의 방. 나무 파레트를 쌓아 만든 침대 위에 흰 침구가 깔려 있고, 앞의 둥근 밥상 위에서 물병 속 꼬마전구가 빛난다
신림을 여행하듯
우리는 게스트가 이 방을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신림을 여행하는 출발점으로 쓰기를 바랐다. 숙소 사진에는 'DO YOU KNOW SILLIM?', 'EXPLORE SILLIM, TRAVEL LIKE A LOCAL'이라는 문장을 얹었다.
영문 게스트 안내서에는 인천·김포공항에서 공항버스 6003번을 타고 신림역에 내려 숙소까지 걸어오는 길을 사진과 함께 하나하나 적었다. 12월 말에는 영문 동네 지도 'SILLIM MAP'을 만들었다. 과일과 반찬, 길거리 음식이 있는 신원시장, 닭강정과 오징어튀김,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술집, 지하의 중고서점, 사우나와 도서관,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우리가 아는 신림을 지도에 담았다. 분리수거 안내문도 따로 만들어 붙였다.

높은 층 창밖으로 내려다본 신림동. 하천을 따라 길이 나 있고, 그 너머로 낮은 건물들이 산자락까지 빼곡하다
티끌 하나 없는 방, 슈퍼호스트
침구를 반듯하게 정리하고 티끌 하나 없는 화장실을 준비해 게스트를 맞았다. 집 전체를 빌려주는 방식에 셀프체크인이라, 게스트를 직접 만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누군가 좋은 기억을 만드는 일을 우리가 돕고 있다는 생각이 기뻤다. 체크인과 체크아웃이 되풀이되는 사이 어느새 슈퍼호스트라는 타이틀도 받았다. 그러나 처음 기대했던 기쁨과 보람은 어느새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주방 수납장 안에 흰 그릇과 볼, 유리그릇이 가지런히 쌓여 있고, 아래에 검은 조리도구와 식기 건조대가 걸려 있다

작은 주방. 싱크대 옆에 전기포트가 놓이고 전기레인지 위에 프라이팬이 있으며, 벽에 조리도구가 걸려 있다

흰 타일의 작은 화장실. 세면대와 변기, 거울 수납장 옆으로 아이비 화분이 늘어져 있다
불편함과 피로, 그리고 관계
문제는 하나씩 쌓였다. 처음부터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우리 집이 아니라 빌린 방으로 손님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공유숙박을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슈퍼호스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소는 완벽해야 했다. 작은 방인데도 청소에는 늘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렸고, 커다란 시트와 이불을 매번 빨고 갈아야 했다. 청소 업체를 쓰는 대신 동생에게 아르바이트를 맡기고 청소비를 주었다. 월세와 오피스텔의 높은 관리비, 청소비까지 내고 나면 들어오는 돈은 들인 수고에 비해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코빼기도 보지 못하고 떠나는 게스트들과의 관계에 지쳐 갔다.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을 되풀이하면서도 한결같이 친절해야 하는 피로가 있었다. 결국 한 명의 게스트와도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한 채, 동생이 유학을 떠나게 되면서 1년 만에 에어비앤비를 접었다.
우리에게 남은 것들
관계에 대한 우리의 작은 실험은 실패로 남았다. 손글씨 쪽지를 남기고 응원해 준 몇몇 게스트를 빼면, 기억에 남는 일조차 없었다. 오피스텔이라는 주거 유형이 가진 한계, 그리고 메시지로 모든 것을 편리하게 주고받게 해 주는 에어비앤비의 시스템이 관계의 가능성과 여지를 닫아 버렸다. 1년의 운영 끝에 우리에게 남은 것은 섣부른 시도가 만든 아쉬움과, 잔뜩 쌓인 수건들이었다.

유리 선반 위에 회색 수건들이 돌돌 말려 나란히 놓여 있고, 위 칸에 휴지, 아래 칸에 화장솜과 드라이기가 있다
우리는 새롭고 대안적인 커뮤니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나의 작은 호텔룸을 만들려던 시도는, 관계가 생기지 않는 공간은 우리에게 의미를 줄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러나 이 시도는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갈 공간과 커뮤니티의 모습을 상상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IN MY HOTEL ROOM은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A. 별의별건축사사무소가 2016년 11월 서울 관악구 신림역 근처의 전용면적 4평 미만 오피스텔을 빌려 '나의 작은 호텔룸'으로 꾸미고, 약 1년 동안 에어비앤비 숙소로 직접 운영한 홈퍼니싱 프로젝트입니다. 홈페이지 이름은 '신림역 오피스텔 에어비앤비 홈퍼니싱'입니다.
Q. 4평 오피스텔을 어떻게 꾸몄나요?
A. 주광색 조명을 전구색 매입등으로 바꾸고, 퀸사이즈 매트리스를 얹을 파레트 침대와 낮고 둥근 밥상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흰 면 커튼을 만들어 달고, 꼬마전구를 담은 유리 물병을 조명으로 썼습니다. 집에 있던 화분과 장식품, 그릇을 가져오고, 모자란 물건은 1인 가구용 저렴한 제품으로 채웠습니다.
Q. 게스트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나요?
A. 공항버스 6003번으로 신림역까지 오는 길과 숙소를 찾아오는 법을 사진과 함께 적은 영문 게스트 안내서, 신원시장과 먹거리, 중고서점, 사우나, 도서관, 공항버스 정류장을 표시한 영문 동네 지도 'SILLIM MAP', 분리수거 안내문을 만들었습니다.
Q. 왜 1년 만에 운영을 그만두었나요?
A. 빌린 방으로 손님을 받는다는 마음의 부담, 매번 한 시간 반이 넘는 청소와 세탁, 들인 수고에 비해 적은 수입, 그리고 셀프체크인으로 얼굴도 보지 못하고 떠나는 게스트들과 관계를 맺지 못하는 피로 때문입니다. 청소를 돕던 동생이 유학을 떠나면서 1년 만에 접었습니다.
Q. 이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배웠나요?
A. 관계가 생기지 않는 공간은 우리에게 의미를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피스텔이라는 주거 유형과, 메시지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공유숙박 시스템은 관계의 여지를 닫았습니다. 별의별건축사사무소는 이 실패를 새롭고 대안적인 커뮤니티를 상상하는 밑거름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건축사사무소 — 주택·한옥·다가구 신축, 풀빌라 펜션·상업시설 설계, 상업공간 인테리어, 공유주택 기획·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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