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Y HOTEL ROOM

신림역 오피스텔 에어비앤비 홈퍼니싱 및 운영



시작
2016년 11월 신림역 근처의 뷰가 좋은 오피스텔을 계약했다. 공유숙박의 대명사인 에어비앤비를 해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왜 에어비앤비를 하고 싶었을까. 게스트룸이 없던 우리 집에 친구가 왔을 때 잘 곳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호스트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작은 호텔룸
전용면적이 채 4평이 되지 않는 오피스텔에 인테리어라고 할만한 것은 없었다. 주광색 조명을 전구색으로 교체하고 퀸사이즈 침대를 넣고 나니 방이 가득찼다. 집에 있는 여분의 장식품과 화분, 그릇들을 가지고 에어비앤비를 꾸렸다. 부족한 물품들은 저렴한 1인가구 타깃의 제품들 위주로 구입하였다. 생활에 필요한 간소한 살림살이가 채워진 에어비앤비를 보면 미니멀리즘이 내 삶에도 구현되는가 싶었다. 복잡한 일상과 무겁게 느껴지는 물건들이 없는 곳에서 쉴 수 있는 나의 작은 호텔룸이 만들어졌다.

침대깃을 정리하고 티끌하나 없는 화장실을 준비해 게스트를 맞았다. 집전체를 임대하는 타입에 셀프체크인이라 게스트를 만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좋은 기억들을 만드는 것을 돕고 있다는 생각이 기쁨을 줬다. 체크인과 체크아웃이 반복되면서 어느새 슈퍼호스트라는 타이틀도 받았다. 그러나 처음 기대했던 기쁨과 보람은 어느새 사라져가고 있었다.







문제들
에어비앤비를 시작할 때 집주인에게 에어비앤비를 용도로 집을 임대한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았다. 집주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른바 영업을 한다는 것이 늘 불편했다. 그리고 에어비앤비의 연관검색어였던 불법이라는 단어 역시 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슈퍼호스트의 명성에 걸맞게 청소는 완벽해야 했다. 작은 집이지만 청소에는 한시간 반 이상이 늘 소요되었고 커다란 시트와 이불을 매번 세탁하고 교체해야 했다. 업체는 쓰지 않고 대신 동생에게 아르바이트를 시키고 청소비를 주었다. 월세를 내고 오피스텔의 높은 관리비도 내고 청소비까지 주고 나니 입금되는 금액은 노력에 비하여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코빼기도 보지 못하고 떠나는 게스트들과의 관계에 지쳐갔다. 같은 질문과 같은 답변을 반복하면서도 한결같은 친절함을 유지해야 하는 피로감이 있었다. 결국 한 명의 게스트와도 의미있는 관계는 맺지 못하고 동생이 유학을 가게 되면서 1년만에 에어비앤비를 접었다.
우리에게 남은 것들
에어비앤비를 통해 시도했던 관계에 대한 작은 실험은 실패작으로 남게 되었다. 손글씨로 쪽지를 남겨주고 응원해 준 몇몇 게스트를 빼면 기억에 조차 남는 일들도 없었다. 오피스텔이라는 주거유형이 주는 한계와 더불어 편리한 메세지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에어비앤비의 시스템은 관계의 가능성과 여지를 닫게 했다. 1년간의 운영의 끝에 우리에게 남은 것은 섣부른 시도가 만들어낸 아쉬움과 잔뜩 쌓인 수건들이었다.

우리는 새롭고 대안적인 커뮤니티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을 추구한다. 나의 작은 호텔룸을 만들려던 시도는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공간이 우리에게 의미를 줄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 시도는 앞으로 만들어나갈 공간과 커뮤니티의 모습을 상상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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