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사평토키트
NOKSAPYEONG TOKIT
지하철역의 반짝정원
지하철 대합실 사진 위에 그린 정원 계획. 둥근 천장과 대리석 바닥의 대합실에 검은 쇠 파이프 프레임 세 무리가 서 있고, 프레임마다 꼭짓점이 아래를 향한 삼각뿔 화분들이 청록·연노랑·연두색으로 매달려 잎을 늘어뜨린다. 프레임 밑에는 검은 물통이 놓였고, 가운데 무리 앞에 사람이 서서 화분을 올려다본다
녹사평토키트는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대합실에 잠깐 섰다 걷히는 정원을 세우자는 계획이었다. 2018년 여름, 시민 워크숍 「녹사평 반짝정원」을 위해 우리는 2015년에 만든 탁상 수경재배 키트 토키트를 사람 키만 한 정원으로 키웠다. 검은 쇠 파이프를 끼워 맞춘 프레임 여섯 조에, 얇은 검정 판을 접어 만든 삼각뿔 화분 108개를 줄로 매달았다. 프레임 밑 물통의 펌프가 양액을 꼭대기로 끌어올리면, 물은 화분을 차례로 적시며 다시 물통으로 내려온다. 햇빛이 넉넉하지 않은 땅 밑이라 프레임마다 전구 세 개를 매달아 빛을 대고, 물과 빛은 타이머가 돌린다. 프레임은 바닥에 박지 않고 바퀴를 달았다. 모두가 지나가기만 하는 대합실에, 날마다 돌보아야 자라는 것을 들여놓고 싶었다. 정원은 실제로 세워지지 않았다. 이 글은 계획으로 남은 정원을 적어 둔 것이다.
프로젝트 녹사평토키트 (시민 워크숍 「녹사평 반짝정원」의 수경재배 정원 설치물)
위치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대합실
용도 워크숍에서 함께 세우고 가꾸는 실내 수경재배 정원
규모 프레임 6조(기둥 높이 1.7~2.0m), 삼각뿔 화분 108개, 전구 18개, 양액통 6개
재료 25A 흑관 파이프, 소켓·T자 이음쇠·머리 없는 볼트, 2인치 바퀴, 1mm 검정 발포 PVC 판, 볼체인과 낚싯줄, 15L 양액통, 수중 펌프, 타이머
설계 별의별건축사사무소 (손영민, 박소영)
기간 2018년 6월 ~ 7월
상태 계획 (2018년 7월 초안 전달, 설치되지 않음)
설계의 변
지나가기만 하는 곳
대합실(待合室)은 기다리며 모이는 방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하철역 대합실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은 개찰구를 지나 계단으로 흘러가고, 대리석 바닥과 흰 타일 벽은 그 흐름을 막지 않으려고 비어 있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는 공항과 역, 고속도로처럼 누구나 지나가지만 아무도 머물지 않고, 관계도 기억도 쌓이지 않는 곳을 '비장소'라고 불렀다. 우리가 받은 대합실 사진도 그랬다. 둥근 천장 아래 물품보관함과 소화전과 감시 카메라가 있고, 사람은 없었다.
장소를 장소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돌봄이라고 생각했다. 날마다 물을 주어야 하고, 어제보다 한 뼘 자라 있고, 누군가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 그런 것이 하나 놓이면 지나가던 사람도 걸음을 늦춘다. 그래서 이 빈 바닥에 정원을 들이기로 했다. 흙도 비도 없고 햇빛도 넉넉하지 않은 곳이니, 정원은 물과 빛을 스스로 데리고 와야 했다.

정원을 들이기 전의 대합실. 둥근 천장에 둥근 조명이 박혀 있고, 흰 타일 벽을 따라 물품보관함과 소화전, 감시 카메라가 있다. 넓은 대리석 바닥은 비어 있다
책상 위의 키트에서 사람 키의 정원으로
2015년 우리는 토키트라는 작은 수경재배 키트를 만들었다. 식물을 키울 땅도 시간도 없는 도시 사람이 물을 붓고 코드만 꽂으면 책상 위에서 상추를 길러 먹을 수 있는 나무 상자였다. 녹사평토키트는 그 키트를 사람 키만큼 세운 것이다. 원리는 같다. 물통과 펌프, 빛과 타이머. 흙 대신 물이 뿌리를 먹이고, 해 대신 전구가 잎을 비춘다.
크기가 달라지면 성격도 달라진다. 책상 위의 키트는 한 사람의 것이었지만, 대합실의 정원은 지나가는 모든 사람의 것이다. 프레임 여섯 조를 몇 무리로 나눠 세우고 그 사이로 사람이 드나들게 했다. 숲길을 걷듯 프레임 사이를 지나며 머리 위의 화분을 올려다보도록.

흰 바닥 위에 세운 프레임 네 무리의 렌더. 검은 파이프로 짠 사각 틀마다 삼각뿔 화분이 층층이 매달려 잎을 늘어뜨리고, 바닥에는 검은 물통이 놓였다. 사람 키와 비교하면 프레임이 조금 더 높다
물은 올라가고, 다시 내려온다
프레임 밑에는 15리터 물통이 하나씩 놓인다. 물통 안의 작은 펌프가 양액을 호스로 프레임 꼭대기까지 끌어올리고, 물은 꼭대기의 네 곳에서 화분으로 떨어진다. 위 화분을 적신 물은 아래로 내려가 다시 물통으로 돌아온다. 손으로 그린 계통도에서 보라색 선이 물의 길이고, 빨간 선이 빛의 길이다. 프레임 가운데에는 전구 세 개를 위아래로 매달아 사방의 화분을 비춘다. 펌프와 전구는 벽 콘센트에 꽂은 타이머 하나가 켜고 끈다.
이 물길은 다랑논을 닮았다. 산비탈을 깎아 층층이 앉힌 다랑논에서는 맨 위 논에 댄 물이 논두렁을 넘어 아랫논으로, 다시 그 아랫논으로 내려간다. 물 한 줄기가 여러 배미를 차례로 먹인다. 우리 프레임에서도 한 번 끌어올린 물이 여러 화분을 거쳐 내려오고, 물통에서 다시 올라간다. 역은 하루 종일 사람이 흘러 지나가는 곳이다. 그 한가운데에서 물은 떠나지 않고 같은 자리를 돈다. 지나가는 흐름 곁에 머무는 흐름을 하나 놓은 셈이다.

프레임 하나의 계통도. 검은 파이프 프레임 그림 위에 손으로 선을 그렸다. 보라색 선은 바닥 물통의 펌프에서 꼭대기로 올라가 네 지점에서 화분으로 내려오고, 빨간 선은 프레임 가운데에 매단 전구 세 개로 간다. 아래에는 벽 콘센트, 타이머, 멀티탭이, 오른쪽에는 끈으로 매단 삼각뿔 화분의 단면이 그려져 있다
판 한 장을 접은 화분
화분은 세 번 바뀌었다. 처음에는 1리터 통 240개를 달았고, 다음에는 108개로 줄였다. 마지막에는 통을 사지 않고 화분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1mm 두께의 검은 발포 PVC 판을 잘라 접으면 꼭짓점이 아래를 향한 삼각뿔 그릇이 된다. 윗변 모서리에 아일렛 구멍을 뚫고 볼체인과 낚싯줄로 매단다. 6월 말에는 삼각뿔과 육각뿔 두 가지를 모델로 견주어 본 뒤 삼각뿔로 정했다. 7월 초에는 사무소의 수경재배 선반 사이에 시제품 하나를 매달아 보았다.
삼각형은 세 변의 길이만 정해지면 모양이 더는 흔들리지 않는 유일한 다각형이다. 얇은 판 한 장도 세 면을 맞대면 물과 뿌리를 견디는 그릇이 된다. 꼭짓점이 아래를 향한 삼각뿔은 물방울을 닮았다. 위에서 떨어진 물은 그릇의 비탈을 따라 가장 낮은 꼭짓점, 뿌리가 내려가는 쪽으로 모인다. 그릇의 모양이 물길의 모양이 되었다. 렌더에서는 화분을 세 가지 초록빛으로 칠해 보았다. 검은 파이프 숲에 매달린 초록 삼각형들은 멀리서 보면 나뭇잎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인다.

검은 삼각뿔 화분 시제품. 꼭짓점이 아래를 향한 검은 판 그릇이 흰 끈에 매달려 있고, 위로 연두색 잎이 늘어진다. 뒤로 나무 선반과 흰 수경재배 관, 모종들이 흐릿하게 보인다
땅에 박지 않고, 바퀴를 달고
첫 안에서는 프레임을 바닥에 붙박았다. 기둥 밑을 플랜지로 받치고, 코팅 합판과 무수축 모르타르로 무거운 받침을 만들었다. 두 번째 안부터 짜는 법을 바꿨다. 기둥은 끝에 나사를 낸 25A 흑관 파이프로, 보는 나사 없는 파이프로 하고, 소켓과 T자 이음쇠, 머리 없는 볼트로 끼워 맞췄다. 육각렌치 하나면 짜고 풀 수 있다. 그리고 프레임마다 바퀴를 달았다.
흑관은 건물의 가스와 물을 나르는 검은 쇠 파이프다. 보통은 천장과 벽 속에 숨는 재료를 꺼내 정원의 뼈대로 세웠다. 기둥은 2.0m, 1.9m, 1.8m, 1.7m로 키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프레임 무리의 윗선이 키 고르지 않은 나무들처럼 들쭉날쭉하다.
바퀴 달린 정원은 한 자리에 묶이지 않는다. 행사에 맞춰 대합실 한가운데로 나왔다가,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벽 쪽으로 물러설 수 있다. 우리 장터가 그렇다. 오일장은 닷새마다 길 위에 섰다가 저녁이면 걷히고, 장이 서지 않는 날 그 길은 다시 길이 된다. 잠깐 서고 잠깐 걷히지만, 그 반짝 서는 날이 동네의 달력을 만든다. '반짝정원'이라는 이름을 우리는 두 가지로 읽었다. 잠깐 섰다 걷히는 정원, 그리고 땅 밑에서 불을 켜고 반짝이는 정원.

설계의 흐름을 보여 주는 3D 모델 네 장. 왼쪽부터 6월 26일 초안(큰 화분을 받친 프레임 둘), 6월 28일 콘크리트 받침안(가는 프레임 여러 개에 네모 화분을 격자로 단 안), 6월 29일 삼각뿔 화분안, 같은 날의 육각뿔 화분안
손으로 짓는 정원
이 정원은 워크숍을 위한 것이었다. 우리가 낸 견적에는 재료만 담겼다. 파이프와 이음쇠, 판재와 펌프 곁에 장갑 서른두 켤레, 칼 열두 자루, 아일렛 펀치 여섯 개, 육각렌치 열두 개가 들어 있다. 판을 자르고 구멍을 뚫어 화분을 접고, 파이프를 끼워 프레임을 세우는 일을 워크숍에 온 사람들의 손에 맡기려 했다. 처음 심어 볼 모종 스무 포트도 함께 적었다.
조선 초의 문인 화가 강희안은 『양화소록』에 꽃과 나무를 기르는 법을 적으며, 화초를 기르는 일을 마음을 기르는 공부로 여겼다. 정원은 보기 전에 가꾸는 것이다. 제 손으로 접은 화분에 모종을 심고, 그 화분이 매달린 프레임을 제 손으로 세운 사람은 다음에 역을 지날 때 그 화분을 찾아 고개를 든다. 비장소에 기억이 생기는 순간이다. 토키트를 만들 때 우리는 '나도 도시농부가 될 수 있다'고 적었다. 녹사평에서는 그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었다. 누구나 정원사가 될 수 있다. 지하철역에서도.
녹사평역의 정원은 세워지지 않았다. 대합실은 지금도 지나가는 곳으로 남아 있다. 옮길 수 있는 수경재배 텃밭은 이듬해, 우리가 고친 지하 공유오피스 더래빗홀19에 들였다.
자주 묻는 질문
Q. 녹사평토키트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A. 2018년 여름, 시민 워크숍 「녹사평 반짝정원」을 위해 별의별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수경재배 정원 설치물입니다. 2015년에 만든 탁상 수경재배 키트 '토키트'를 사람 키만 한 프레임으로 키워,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대합실에 세우는 계획이었습니다. 2018년 7월에 초안과 재료 계획을 전했지만, 정원은 실제로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Q. 흙 없이 어떻게 식물을 키우나요?
A. 수경재배입니다. 프레임 밑 물통의 펌프가 양액을 꼭대기로 끌어올리면, 물이 화분을 적시며 내려와 다시 물통으로 돌아옵니다. 햇빛 대신 프레임 가운데에 매단 전구 세 개가 빛을 주고, 펌프와 전구는 타이머가 켜고 끕니다.
Q. 화분은 무엇으로 만드나요?
A. 1mm 두께의 검은 발포 PVC 판을 잘라 접어, 꼭짓점이 아래를 향한 삼각뿔 그릇으로 만듭니다. 윗변 모서리에 아일렛 구멍을 뚫고 볼체인과 낚싯줄로 프레임에 매답니다. 삼각뿔과 육각뿔을 견주어 본 뒤 삼각뿔로 정했고, 프레임 여섯 조에 108개를 답니다.
Q. 프레임은 어떻게 세우고 옮기나요?
A. 25A 흑관 파이프를 소켓과 T자 이음쇠, 머리 없는 볼트로 끼워 맞추고, 육각렌치로 짜고 풉니다. 바닥에 고정하는 첫 안을 바꿔 프레임마다 바퀴를 달았기 때문에, 대합실 안에서 자리를 옮길 수 있습니다.
Q. 워크숍에서는 무엇을 하나요?
A. 참여한 사람들이 판을 잘라 화분을 접고, 모종을 심고, 파이프를 끼워 프레임을 세우도록 계획했습니다. 견적에 장갑과 칼, 아일렛 펀치, 육각렌치를 사람 수에 맞춰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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