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HOUSE EXHIBITION

오늘의 집 전시


나는 이동을 전제로 살아간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집도 내가 시간을 쌓아가며 뼈를 묻을 장소는 아니다. 나의 집은 가볍다. 물건들을 더 이상 싸 안고 있을 이유가 없다. 나는 항공사의 수화물 기준에 맞춰 내 소지품들을 정리하지만 이 물건들도 꼭 필요하거나 소중한 것들은 아니다. 도시가 나의 주방이자 옷장, 침대가 되어 줄 것이며 어느 곳에 착륙하든 내가 원하는 정도의 물건은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떠나고 싶을 때가 되면 물건들은 다시 도시로 흡수된다. 안면이라도 있는 사람들에게 흩뿌리거나 중고 사이트에 올리면 물건들은 순식간에 내 손을 떠나리라.

나의 집은 펼쳐진 모습이다. 어차피 이 도시에서 나를 완전히 숨길 수 있는 장소는 없다. 나는 내가 펼쳐둔 집에 사람들을 초대한다. 먼 곳에서 나를 찾아준 친척일 수도 있고 어제 이 도시에서 새로이 사귄 친구일 수도 있다. 집이라는 공간의 내밀함과 그 공간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을 희생한 대가로 사람들과 우아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벽을 보고 밥을 먹거나 혼잣말을 중얼거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나와 함께 식사를 하는 이들이 오늘날 내가 집을 매개로 만들어내는 관계이자 오늘의 내 가족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이동하며 순간순간의 집과 가족들을 만들어 낸다. 아마도 그 어느 때보다 환송회를 많이 하는 세상이리라. 길지 않았던 관계는 다시 만날 가능성만을 열어둔 채 그 관계만큼이나 짧은 메세지로 정리되곤 한다. 그 가벼운 작별인사마저 새로운 도시로 향하는 순간에는 무게로 환산되고 고민된다. 이 카드를 가져가? 말아?


2015 성북예술창작센터 후원공모 선정작
2015.05.23~06.03
성북예술창작센터 2층 갤러리 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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