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키트(Tokit)
TOKIT(HYDROPONIC)- WIKI SEOUL
나도 도시농부가 될 수 있다
작업대 위의 나무 상자 수경재배 키트. 위에 매단 LED 조명 아래 세 개의 구멍에서 어린 채소가 자라고, 주변에 공구와 부품이 흩어져 있다
토키트(Tokit)는 텃밭도, 베란다도, 옥상도, 시간도, 돈도, 기술도 없는 도시 사람 누구나 집 안에서 채소를 길러 먹을 수 있게 만든 작은 수경재배 키트다. 신림동의 지하 공유오피스 '더래빗홀'에서 우리가 직접 수경재배로 채소를 기르던 경험에서 시작했다. 2015 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대회 '위키서울'의 3차 실행팀으로 선정되어, 에어리프트 펌프와 LED 조명을 단 나무 상자 키트 20개를 손으로 만들고 체험단에게 무료로 나눠 주었다.
프로젝트 실내 수경재배 키트 '토키트(Tokit) V1.0' 디자인·제작·배포
지원 2015 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대회 「위키서울」 3차 실행팀
만든 곳 서울 관악구 신림동, 지하 공유오피스 더래빗홀
규모 손으로 만든 키트 20세트, 체험단 무료 배포
구성 나무 상자, 플라스틱 상판, 비닐 양액통, 에어리프트 펌프, 높이 조절 T5 LED 조명, 포트·스펀지·인공토, 양액 2병, 비밀씨앗, 사용 매뉴얼
기간 2015년 8월 지원 → 9월 선정 → 10~11월 실험·제작 → 12월 체험단 배포
기획·디자인·제작 별의별건축사사무소 (실행팀 '토키트')
설계의 변
손만 대면 식물이 죽는 사람들
손만 대면 식물이 죽는 사람들이 있다. 식물을 키우고 싶은데 마땅한 자리가 없는 사람들,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정원을 가질 수 없는 도시 사람들은 실내에서 화분에 흙을 채워 식물을 키워 보지만, 어느새 생기 없이 바싹 말라 가는 녀석들을 발견하고 만다. 노래를 들려주고 마음을 쏟아 돌보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 바쁘다.
20세기 이후 우리의 집은 비와 추위, 더위를 피하려고 실내를 바깥과 차단하면서 식물과 함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점점 멀어졌다. 그 그리움 때문인지 식물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도시농업도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도 도시의 삶에는 식물을 키울 만한 지식도, 시간도, 공간도 없다. 식물은 공기를 맑게 하고 마음의 피로와 우울을 덜어 준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생긴 작은 변화는 사회의 분위기를 바꾼다. 우리는 취미 생활 정도의 관심과 노력만으로 누구나 건강한 채소를 키울 수 있게 돕고 싶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건강하고 매력적인 사람들로 가득해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내건 말이 이것이다. 나도 도시농부가 될 수 있다.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지하에서
답은 우리 사무실에 있었다. 신림동의 한 건물 지하에 있는 공유오피스 '더래빗홀'에서는 이미 수경재배로 수많은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지하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끼니마다 우리의 밥상에 건강함을 더해 주던 채소들이다.

지하 사무실 한가운데의 수경재배 텃밭. 각재로 짠 틀 안에 채소와 허브가 무성하고, 그 둘레로 책상과 책장이 보인다
흙 대신 양분을 녹인 물로 키우는 수경재배는 흙에서 키울 때보다 재배 효율이 월등하고, 병해충이 없어 깨끗하다. 하지만 시설비가 많이 들고 전문 지식이 필요해 널리 퍼지지 못했다. 시중의 몇 안 되는 제품은 집에 두기에는 너무 크고 투박하거나, 비싸거나, 설치하고 관리하기가 어려웠다. 우리는 생산량을 늘려 돈을 버는 '식물공장'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알고 해 볼 수 있도록 간소하게 줄인 수경재배를 만들고 싶었다. 부엌 창가에도, 사무실 책장에도, 볕이 들지 않는 지하실에도 놓을 수 있는, 편리하고 스타일리시한 키트로.

손바닥 위의 방울토마토. 수경재배 파이프의 구멍에서 자란 토마토 줄기에 빨갛게 익은 열매가 달려 있다
물을 붓고 코드만 꽂으면
토키트는 나무 상자 하나다. 상자 안에 양액을 담는 비닐 통을 넣고, 플라스틱 상판의 세 구멍에 채소를 심은 포트를 꽂는다. 상자 위로는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LED 조명을 달아, 창가가 아니어도, 볕이 들지 않는 곳이어도 식물이 자라게 했다. 사용자가 할 일은 물을 붓고 전원 코드를 꽂는 것이다.

모델링 그림. 나무 상자 안에 양액 통과 펌프가 들어가고, 상판의 세 포트로 호스가 이어진다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물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우리는 에어펌프로 공기를 불어 넣어 그 힘으로 물을 끌어올리는 '에어리프트(Air-Lift)' 방식을 작은 재배기에 맞춰 넣고 싶었다. 여러 종류의 에어펌프와 우레탄 호스를 사서 모양과 조건을 바꿔 가며 실험한 끝에 안정적으로 작동하게 만들었다. 공기 분배기로 흐름을 세 갈래로 나눠, 세 개의 포트에 물이 고르게 가도록 했다.

싱크대 위의 실험. 손에 든 투명한 컵 속으로 가는 호스가 들어가 있다. 에어리프트 펌프를 시험하는 모습이다
부품이 자동차만큼 많은 키트
2015년 10월과 11월, 더래빗홀의 작업대는 공방이 되었다. 재단해 온 나무로 상자를 짜고, 통비닐을 접착기로 붙여 양액 통을 만들고, 전선을 납땜해 조명을 달았다. 양액은 빨간 병과 초록 병에 나눠 담고, 인공토는 봉지마다 덜어 담았다.

나무 상자 안쪽에 조명 높이를 조절하는 볼트와 부품을 끼우는 두 손

회색 상자에 빨간 병과 초록 병의 양액이 줄지어 꽂혀 있고, 옆에 인공토를 담은 봉지들이 쌓여 있다
한정된 예산에 맞추다 보니 손이 많이 가는 디자인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부품 개수가 자동차만큼 많았다. 우리는 디자인을 더 간소하게 다듬어 가며, 손으로 만든 키트 20개, 토키트 V1.0을 완성했다.

완성된 토키트 두 대. 나무 상자 상판의 검은 포트 구멍 위로 조명 막대가 서 있고, 뒤에서 인형과 개구리 인형이 지켜본다
토키트를 받은 행운의 당신에게
키트는 홈페이지와 SNS로 무료 배포 이벤트를 알려 체험단 20명에게 나눠 주었다. 상자에는 사계절로 나눈 매뉴얼을 넣었다. 봄에는 스펀지에 씨앗을 넣어 싹을 틔우고, 여름에는 식물의 키에 맞춰 조명을 올리며 빛과 물을 조절하고, 가을에는 바깥 잎부터 한 잎씩 따며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겨울에는 꽃대가 올라온 식물을 정리하며 다시 봄을 준비한다. 실패하지 않을 작물로는 로메인과 상추, 치커리, 청경채, 비타민, 루꼴라, 바질을 권했다.
상자 안에는 '비밀씨앗'도 하나 넣었다. 무엇의 씨앗인지 가장 먼저 맞히는 사람에게는 작은 선물을 주기로 했다. 매뉴얼의 첫 줄은 이렇게 시작한다. "토키트를 받은 행운의 당신에게."

손그림 포스터. 나무 상자 위아래로 사람과 토끼, 강아지, 풍선이 둘러싸고, 가운데에 '무료배포'라고 크게 적혀 있다

합판 벽에 압정으로 꽂은 토키트 매뉴얼. 토키트의 구성과 '차근차근 따라하기' 봄·여름 단계가 적혀 있다
퇴근한 원룸에서, 지루한 사무실에서, 아이들 곁에서
우리는 토키트가 놓일 장면을 몇 개 그려 보았다.
혼자 원룸에 사는 직장인이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문을 연다. LED 빛을 받아 푸릇푸릇한 채소가 가장 먼저 반겨 준다. 변변치 않은 자취생 저녁의 유일한 비타민은 토키트에서 자란 상추와 치커리다. 이렇게 토키트에 기대다가는 정말 토끼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하면서도, 매일 살아 있는 먹거리를 내주는 토키트가 고맙다.
몇 번이나 화분 키우기에 실패한 사무실에 토키트가 온다. 생기 없던 사무실에 매일 눈에 띄게 자라는 풀이 싱그러움을 더한다. 점심에는 이 녀석들을 따다가 함께 나눠 먹는다. 생각보다 양이 많다. 전에 없던 즐거움이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농작물을 키우고 거두는 경험을 시켜 주고 싶지만, 주말농장에 다닐 여건도, 옥상이나 마당도 없는 가족이 있다. 함께 설명서를 읽고, 조립하고, 씨앗을 심고, 양액을 채운다. 흙에서만 자라는 줄 알았던 식물이 물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며, 아이들의 눈이 반짝인다.
그리고 넘치는 수확은 이웃과 부담 없이 나눈다. 우리가 키트에 담고 싶었던 것은 채소 몇 포기가 아니라,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직접 키우는 건강한 취미와 그것을 나누는 문화였다.
도시농부에서 우주농부로
처음 시도하고 싶었던 에어리프트 기술은 성공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펌프 실험과 홈페이지 제작으로 일정이 길어져 배포가 늦었고, 결과 보고를 낼 무렵 체험단의 키트에서는 이제 막 씨앗이 싹트고 있었다. 무엇보다 V1.0은 너무 많은 시간과 노동이 드는 핸드메이드 제품이었다.
그래서 다음을 적어 두었다. 알맞은 부품을 3D 프린터로 만들어 대량생산까지 가 보는 것, 사용자가 원리를 이해하고 스스로 조립하고 관리할 수 있는 DIY 키트로 바꾸는 것. 그리고 조금 먼 꿈도 하나 적었다. 아직 우주가 우리 곁에 다가와 있지는 않지만, 머지않을 미래를 위해 도시농부에서 우주농부로 나아갈 길을 마련하는 것.
흙 없이 채소를 키우는 일은 그 뒤로도 우리 작업에 자주 등장했다. 같은 해 서울혁신파크의 파빌리온에서는 지붕에 모은 빗물로 수경재배 키트의 채소를 키웠고, 2018년에는 녹사평 반짝정원 워크숍을 위한 수경재배 설치물을 설계했다. 2019년 새로 연 공유오피스 더래빗홀19에도 이동식 수경재배 텃밭을 두었다. 풀과 함께 우리 모두가 도시농부가 되고, 각박해진 도시 사람들에게 새싹 같은 여유가 생기기를 바란다.



자주 묻는 질문
Q. 토키트(Tokit)는 무엇인가요?
A. 별의별건축사사무소가 2015년에 디자인하고 직접 만든 소형 실내 수경재배 키트입니다. 나무 상자에 양액 통, 에어리프트 펌프, 높이 조절 LED 조명을 넣어, 물을 붓고 전원을 꽂으면 상추·치커리 같은 채소를 집 안에서 키울 수 있습니다. 2015 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대회 '위키서울' 3차 실행팀으로 선정되어 키트 20개를 만들어 체험단에게 무료로 나눠 주었습니다.
Q. 토키트는 어떻게 작동하나요?
A. 에어펌프로 공기를 불어 넣어 그 힘으로 양액을 끌어올리는 '에어리프트' 방식을 씁니다. 공기 분배기로 흐름을 세 갈래로 나눠 상판의 세 포트에 고르게 물을 보냅니다. 위에 단 T5 LED 조명은 식물의 키에 맞춰 높이를 바꿀 수 있어, 볕이 들지 않는 곳에서도 키울 수 있습니다.
Q. 어떤 채소를 키울 수 있나요?
A. 키가 크게 자라지 않고 키우기 쉬운 잎채소와 허브를 권했습니다. 로메인·양상추·치마상추 같은 상추류, 치커리, 청경채, 비타민(다채), 루꼴라, 바질입니다. 실내는 온도 변화가 적어 계절과 관계없이 키울 수 있지만, 봄과 가을에 씨를 뿌릴 때 가장 잘 자랍니다.
Q. 왜 건축사사무소가 수경재배 키트를 만들었나요?
A. 우리가 쓰던 신림동의 지하 공유오피스 '더래빗홀'에서 이미 수경재배로 채소를 기르며, 볕 없는 지하에 생기를 들이고 밥상에 채소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정원도 시간도 지식도 없는 도시 사람 누구나 쓸 수 있는 작은 키트로 옮긴 것입니다. 공간에 식물과 사람의 관계를 들이는 일을 건축의 연장으로 보았습니다.
Q. 토키트 이후에는 어떻게 이어졌나요?
A. 다음 단계로 3D 프린팅 부품과 대량생산, 스스로 조립하는 DIY 키트, 그리고 '도시농부에서 우주농부로'라는 꿈을 적었습니다. 수경재배는 같은 해 서울혁신파크 파빌리온의 빗물 수경재배, 2018년 녹사평 반짝정원 워크숍의 수경재배 설치물, 2019년 더래빗홀19의 이동식 수경재배 텃밭으로 이어졌습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건축사사무소 — 주택·한옥·다가구 신축, 풀빌라 펜션·상업시설 설계, 상업공간 인테리어, 공유주택 기획·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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